[이슈플러스] 전기차 100만대 시대 넘어, 강국으로 가려면

국내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도래했다. 전기차는 과거 '충전이 불편하다', '비싸다'라는 인식으로 일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누적 보급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선다는 것은 전기차가 '검증된 선택지'가 됐다는 의미다.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을 넘어 대중화 시대로 진입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시리즈가 전시됐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시리즈가 전시됐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국내 전기차, 15년만에 100만대로

전기차 규모는 15년만에 10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2011년부터 전기차 보급사업이 시작돼 누적 보급대수 50만대를 12년만인 2023년 중반 달성했다. 이어 3년만에 2배인 100만대를 달성하는 것은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 추세라는 방증이다.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100만대까지 늘어난 배경으로 보조금 등 정부의 지대한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막대한 구매 보조금 예산을 확보해 매년 지원했고, 고속도로와 공용주택을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 보급에도 확충에도 힘썼다.

완성차는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며 부응했다. 국내 전기차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공격적인 전기차 신차 출시를 통해 라인업을 지속 확대했다. 테슬라와 폴스타, BYD 등 수입 브랜드도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아파트에 충전기 설치하고, 완성차가 가성비를 갖춘 차를 공급한 덕분에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시장 잠식은 과제

전기차 저변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차량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세금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는 보조금과 인프라가 국내 전기차 산업 육성의 밑거름이 되는 게 아니라 중국을 비롯 수입차에 혜택을 늘리는 결과가 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22만1025대다. 이 중 수입산은 9만4947대로 43%를 차지했다. 전기차 중 수입산 비중이 40%를 넘긴 건 지난 해가 처음이다. 2022년 수입산 비중이 25%에 불과했지만, 3년만에 급증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공세가 거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 생산 차량이었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테슬라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5만397대)가 선두에 섰고, 지난해 한국 승용차 시장에 데뷔한 중국 BYD도 6153대를 팔아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기아가 지난 해 6만609대로 국내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들은 중국 내수 수요 위축에 대응해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델Y 6인승 모델 출시를 예고했고 BYD가 올해 국내 판매 목표를 1만대로 상향해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있다. 지커와 샤오펑 등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까지 국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어 국산 브랜드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산 전기차 세제혜택·보조금 등 배려 주문

전기차 확산과 더불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키울 수 있는 정교한 정책과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보조금 인센티브 확대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와 같은 내수 산업 지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조금 정책을 국내 생산 차량에 유리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국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산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입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지난 해 기준으로 48%에 달해 국내 산업경쟁력 관점에서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중국이 전기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유럽 등은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고 자국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우리나라도 전기차에 대한 국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래차에 대한 생산세액공제를 반도체 수준으로 확대하고, 전기차에 대한 국내 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기존 보조금 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 차량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전기차가 내연차와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까지 당분간은 보조금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연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면 지원하는 전환지원금, 영세사업자의 전기차 구매를 지원하는 금융지원 등 새로운 정책수단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지원수단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