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SFS포럼]AI·디지털자산 시대, 한국 금융의 승부처는 기술보다 '제도 재설계'〈끝〉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제11차 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유재수 간사, 김철웅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좌장), 윤종원 서울대 특임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류정혜 과실연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실장,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제11차 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유재수 간사, 김철웅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좌장), 윤종원 서울대 특임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류정혜 과실연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실장,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가 1년간의 논의를 마무리하며 한국 금융의 현재와 미래를 총체적으로 진단했다.

이번 11차 SFS포럼은 기존처럼 특정 발표자 중심의 세미나가 아니라, 참석자들이 '혁신성·생산성·포용성', '미래 금융 변화', '정부 역할', '금융회사 과제' 등 네 가지 질문에 대해 각각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 금융이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혁신성과 생산성, 포용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디지털자산, 플랫폼 중심 경쟁이 가속화되는 환경 속에서 금융의 미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제도와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달려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참석자〉 (가나다 순)

△김철웅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전 금융보안원장)

△류정혜 과실연 AI 미래포럼 공동의장(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실장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신관호 고려대 교수(현 한국금융학회 회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재수 간사(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윤종원 서울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좌장=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제11차 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SFS 시즌1 랩 업 미팅'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제11차 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SFS 시즌1 랩 업 미팅'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좌장(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우리가 출범할 때 제기했던 '금융의 특이점', 즉 디지털 전환과 가상자산, 블록체인이 금융 질서를 얼마나 빠르게 바꿀 것인지 다시 점검해보고자 한다. 변화가 예상만큼 현실화됐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이 금융의 본질을 바꾸는지, 아니면 방식과 수단, '금융산업의 구성'을 재편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오늘은 네 가지 주제, 한국 금융의 혁신성·생산성·포용성 평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구조 변화, 정부의 정책 대응, 금융기관의 전략을 중심으로 논의하자.

◇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혁신은 고객의 편의, 혜택,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은행 자본이 과소할 경우 국민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익을 내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데 은행이익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생산성 향상에 AI가 활용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대돼야 하고 생산성 향상과 급여의 연계가 필요하다. 금융이 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해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 스스로의 전략 변화뿐 아니라 정책과 감독 체계의 정합성도 고려돼야 한다. 주택자금대출의 실수요자 위주 재편, 보증과 정책금융의 재정비,투융자를 촉진하는 유인책 내지는 장애요인 제거, 리스크에 상응한 적정한 가격부과의 용인 등을 예로 들수 있다. 또 아날로그 시대에는 필요했으나 디지털/AI 시대에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필요한 규제는 모든 시장참여자에게 동일 행위·동일 규제의 원칙을 적용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금융실명제나 설명의무 적용 등도 취지를 지키면서도 이용자 편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혁신돼야 한다.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한국 금융을 내부 시각에서 보면 A학점에 가깝지만, 국민 체감 기준에서는 B학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같은 제도 혁신은 분명히 성과다. 그러나 여전히 은행 중심 구조와 담보대출 위주 영업 모델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는 제한적이다. 스타트업이나 혁신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본 접근성이 충분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금융이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생산적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아직은 전통적 리스크 관리 중심 구조가 강하다. AI와 블록체인이 확산되면 정보 비대칭은 급격히 해소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금융 중개기관의 역할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의 특이점은 금융 내부에서가 아니라 데이터와 산업 결합이라는 외부 요인에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금융은 외부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 윤종원 서울대 특임교수=우리 금융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결제 시스템, 전산망, 은행 서비스 효율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금융에 대한 신뢰 수준은 그만큼 높지 않다. 규제의 강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제재 대상인지 명확해야 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다. 혁신을 촉진하려면 규제를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원칙 중심으로 설계하고 감독 체계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은 규제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 체계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혁신 논의는 공허해질 수 있다. 제도 설계와 집행 방식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 김철웅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제약은 규제 그 자체보다 감독의 불확실성이다. 명확히 금지되지 않은 업무라도 사후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당국의 사전 확인을 받으려는 문화가 굳어져 있다. 금융회사는 본질적으로 라이선스 산업이다. 정책 방향과 집행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 의사결정은 더욱 보수적으로 흘러간다. 정부가 AI 금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규제 부담이 완화됐다고 체감하는 곳은 많지 않다. 정책 기조는 혁신을 말하지만, 감독 현실은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결국 금융회사 내부 인센티브 구조도 문제다. 혁신을 시도했을 때 성과보다 실패에 대한 책임이 더 크게 남는 구조라면 누구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감독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함께, 일정 부분의 면책과 실험 공간이 보장돼야 금융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다.

◇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금융의 출발점은 신뢰다. 30년이 지나도 금융을 평가하는 기준은 신뢰이며, AI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에이전트형 AI가 투자·대출·자산관리 의사결정을 대신하게 되면 신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 과제가 된다. 알고리즘 오류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 개발자, 데이터 제공자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 설명가능성, 데이터 편향, 검증 체계도 다뤄져야 한다. 사전 규제보다 사후 책임과 감독 역량을 정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감독과 사법 체계 역시 기술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AI 에이전트 간 거래가 일상화된다면 지금과 다른 금융소비자 소외문제가 우려된다. 결국 에이전트 AI 시대의 금융 규율은 기술 허용 여부보다 '책임과 투명성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 유재수 간사=금융법은 이미 '특이점' 지점에 와 있다. 기존 틀로는 새로운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다. 포용성 문제와 관련해, 재정이 감당해야 할 영역을 금융회사에 과도하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혁신의 본질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로 세계적 금융회사가 실제로 탄생하는 것이다. 핀테크, 마이데이터, STO, 스테이블코인 등 제도는 도입됐지만, 성공 사례가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면 혁신의 실질은 어디에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결국 정부가 스스로의 역할과 위치를 재정립해야 금융 논의도 실질적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제11차 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SFS 시즌1 랩 업 미팅'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제11차 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SFS 시즌1 랩 업 미팅'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류정혜 과실연 AI 미래포럼 공동의장=인터넷과 모바일을 거쳐 이제 AX 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구조를 바꾸는 전환이라고 본다. AI는 전기나 석유처럼 범용 기술이 되고 있고,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영도 어렵다. 금융에서는 AI와 크립토가 가장 중요한 혁신 축이다. 특히 AI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고령층과 일반 국민의 투자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크립토는 글로벌 산업인 만큼, 삼성 스마트폰과 업비트 같은 자산을 활용해 세계적 플랫폼으로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실장=한국 금융은 결제 간편화와 마이데이터 확산 등 성과가 있었지만, 디지털자산 서비스 부재와 AI 경쟁력 부족이라는 한계도 뚜렷하다. 금가분리와 물리적 망분리, 열거주의 규제 등이 혁신을 제약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자원배분 효율 제고인데, 가계신용 중심에서 기업·혁신 자금 공급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와 함께 면책 제도 실효성 확보가 요구된다. 포용성 측면에선 거주외국인 차별 해소와 금리 체계 합리화, 중금리 시장 육성이 과제다. 미래 금융은 에이전트형 AI와 토큰화, 임베디드 파이낸스가 핵심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원칙 중심 규제로 혁신을 유도해야 하며, 금융회사는 기존의 자사 앱 중심 사업모델을 API 기반 인프라 사업모델로 전환하여 개방성을 높이고 테크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제는 한국 금융이 세계를 무대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블록체인 기반 온체인 금융은 글로벌 플랫폼 뱅킹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에 맞는 '스마트 레귤레이션'이 필요하다.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제 구조는 규제 차익을 키워 우리 기업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정합성을 갖춘 시장 중심 규제 설계가 요구된다. 또 ICO 시장 정보공시를 강화하고, 개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법인 중심의 장기 투자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보의 질을 높여 대한민국을 디지털 자산 정보 허브로 만들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용에 머물지 말고 국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육성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예금 확대와 채권시장 수요 활성화, 지방은행 참여를 통한 지역경제 지원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토큰증권과 결합한다면 대한민국 자본시장 도약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

◇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한국 금융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혁신성·생산성·포용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금융이 수요자보다 공급자 관점에서 설계되고, 안정과 규제 준수가 우선되면서 고객이 체감하는 혁신이 제한됐다. 앞으로 금융은 데이터와 AI 기반의 초개인화, 계좌 개설부터 대출까지 전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무마찰 금융, 생활 속에 내재되는 임베디드 파이낸스로 진전될 것이다. 그러나 금산분리, 사전적 규제, 오프라인 중심 규율, 업권별 칸막이 구조가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 규제는 허가 중심이 아니라 원칙·책임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며, 합리적 기준을 지킨 기업에는 세이프 하버가 필요하다. 한국 금융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에 달려 있다.

◇ 신관호 고려대 교수=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취지는 금융 자원을 가계·부동산 중심에서 기업 투자, 혁신, 수출 제조, 디지털·탄소 전환 등 생산성 부문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다만 금융과 성장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금융이 성장을 이끌기도 하지만, 성장이 먼저 일어나 금융이 뒤따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금융만 기업쪽으로 전환해 성장한다'는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구성과 효율이다. 가계신용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와 혁신 자금 공급을 강화하고, 담보 중심 대출에서 사업성·현금흐름 중심 리스크 가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VC·PE·IPO·M&A 등 자본시장과 출구시장도 함께 키워야 한다. 금융은 실물 제도 개선과 결합될 때 성장의 촉매가 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