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배터리 잔량은 8%. 급속 충전기에 연결했지만 '통신 오류' 메시지가 뜬다. 다른 충전기로 옮겨도 상황은 같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순간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2025년 기준 약 47만 2000기다. 평균 서비스 불가율은 6.5%에 달한다. 급속 충전기 고장 원인의 28%, 완속 충전기의 35%가 '통신 장애'다. 충전기와 관제 서버 간 개방형 충전기 통신 규약(OCPP) 연결이 두절되면 충전은 즉시 중단된다.
통신 장애로 인한 연간 총 손해는 약 1832억원(급속 1066억원, 완속 766억원)으로 추정된다. 고장 수리에는 평균 2~3주가 소요된다. 전기차 보유자의 73%가 최근 10회 급속 충전 중 1회 이상 실패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컨슈머인사이트 2025)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충전기가 LTE·5세대(5G) 단일 통신 경로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통신이 끊기면 대체 경로가 없다. 이용자가 감당하는 것은 시간 손실과 이동 불안이다.
통신 모듈 기업 PNA(대표 김현철)는 이 구조를 '고장이 나지 않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장이 나도 멈추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PNA의 통합 모듈 'APOLO-M'은 충전기 간 협력 통신을 구현한다. 한 충전기의 통신이 끊기면 인접한 정상 충전기가 자신의 통신망을 공유해 데이터를 우회 전송하는 '클러스터 모드'를 작동한다. 인접 충전기마저 통신이 불안정할 경우에는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임시 게이트웨이로 활용해 연결을 유지한다.
이 모듈은 ISO 15118 기반 전력선 통신(PLC)과 저전력 블루투스(BLE) 기반 다중 경로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 통신 경로가 두절되면 자동으로 우회하며, 중계 구간에는 TLS 1.3 기반 암호화를 적용해 보안을 유지한다.
서버 통신이 완전히 두절된 상황에서도 충전기 간 BLE 보조 통신을 통해 전력 정보를 공유하고, 부하가 낮은 장비가 자동으로 전력을 재분배하는 구조도 포함했다. 기존에는 서버 장애 시 전력 관리가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 방식은 현장 단위에서 부하를 조정하도록 설계했다.
정부는 2025년 충전시설 예산을 618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확대했다. 유지보수 기준도 강화하는 추세다.
김현철 PNA 대표는 “전국 47만 기 충전기가 각각 고립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충전기들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통신 장애로 인한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