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 10년] GPU 280장으로 'AI 시대' 알려…이제는 100만 수요](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06/news-p.v1.20260306.7fa5bfa71f2d430fa42edb249dd443a1_Z1.jpg)
2016년 3월 구글 '알파고'의 승리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80장으로 인공지능(AI) 성능과 기술·사업 가능성을 입증했다. 6년여 뒤인 2022년 11월 오픈AI '챗GPT' 등장 이후 AI 학습량이 폭증하며 최첨단 GPU 수십만장으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자신문이 10년 전 창업한 주요 AI기업 대표들을 인터뷰한 결과, 당시 이세돌 9단(현 UNIST 교수)과 명승부를 펼친 알파고는 1000장도 안되는 GPU로 'AI 시대'를 열었다고 회고했다. 머신러닝 등 기술 용어를 이해시키기만도 벅찼던 사업 여건이 알파고 하나로 180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xAI 사례처럼 단일 기업이 첨단 GPU 100만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삼성·SK·현대자동차·네이버 등이 26만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넘어 AI 에이전트,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 필수인 피지컬 AI 등 급속한 AI 발전과 도입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다.
◇알파고 이전 'AI'는 이해도 어려워
2015년 창업자들은 알파고의 승리 전까지 고객사와 투자사 등 시장에 머신러닝과 딥러닝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등 경험에 기반해 자동으로 개선하는 학습,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르쳐 대량 데이터나 복잡한 자료 속에서 핵심 내용 또는 기능을 요약하는 작업 등으로 설명을 해도 시연 또는 경험으로 이해시킬 직관적인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딥러닝 기술·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창업했지만 딥러닝 비즈니스가 가능할지 반신반의하던 때 알파고가 등장했다”며 “당시 개발자 대다수가 알파고 승률을 50% 정도 생각했는데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알파고 대국 승리로 홈페이지 방문자가 16만배 폭증한 사례도 나타났다. 구글 알파고에 탑재된 머신러닝 엔진 '텐서플로'가 화제가 되며 포털 검색결과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래블업 사례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알파고 이전에는 머신러닝 필요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당시 학교에서 AI 연구 속도가 기업보다 빨랐던 시기였는데 머신러닝과 딥러닝 발전으로 기술적으로 개발된 지능이 필요한 일을 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가 공상으로 치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AI 모델과 플랫폼을 모두 개발했지만 2017년 가을 AI 플랫폼으로 선회하는 계기도 됐다”며 “알파고와 이후 사례에서 모델링 경쟁은 거대 자본이 없으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파고의 승리는 비즈니스를 확신하거나 사업 방향을 확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1980년대 정립된 딥러닝 이론과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접한 기술 흐름은 이미 AI가 우리 삶의 필연적 미래임을 가리키고 있었다”며 “알파고 승리는 오랫동안 확신해온 기술적 진보가 마침내 실체화된 상징적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 본질이 '무엇을 가르치느냐(데이터)'와 '어떻게 가르치느냐(모델링)'의 결합에 있다고 판단, 거대 자본이 필요한 모델링이 아닌 차별화된 데이터셋을 위한 '하이라이팅 서비스'를 주력 사업모델로 밀어붙이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데이터 중심 전략이 시장 공감을 얻지 못해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알파고 대국은 모든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였다”며 “AI 고도화 핵심 동력이 '양질의 데이터'에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태호 노타 창업자(CTO)는 “뇌공학 전공으로 AI 관련 최첨단 경험을 했음에도 알파고가 승리해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며 “다만 이세돌 9단은 커피 한 잔이면 되는데 알파고는 엄청난 전력과 인프라를 필요로 해 결국 사람만큼 최적화·경량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AI 혁신이 확신으로…창업 계기돼
알파고 승리는 AI 기술의 발전 가능성과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는 확신을 이끌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김세엽 셀렉트스타 대표는 “학교에서 반도체 회로 연구로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었는데 2016년 알파고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AI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성취를 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대학원보다 산업 전선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으로 데이터가 AI에 중요하다는 것에 착안, 2018년 데이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AI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회사원이 2017년 창업에 나선 계기도 됐다. AI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 현재 시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을 사업모델에 담아 최고경영자(CEO)로 진로를 변경한 것이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알파고가 대국을 이긴 자체는 엄청난 임팩트였지만 바둑이 정해진 규칙과 기보가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AI가 현실의 다른 영역에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인지 생각하게 됐다”며 “상황과 환경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있는 산업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을 거쳐 창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의 가장 핵심이 강화학습과 딥러닝이라는 점을 고려, 강화학습 기술로 현장에서 성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현재 AI 운용체계(OS) '런웨이'가 탄생하게 된 시초”라고 덧붙였다.
AI 도입이 본격화되는 시장 상황을 고려, AI를 기업 맞춤형으로 도입하고 잘 활용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창업도 이뤄졌다.
고석태 제논 대표는 “알파고 등장으로 AI가 충분히 비즈니스에 적용할 만큼 기술 성숙도가 갖춰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당시에는 기업이 AI를 도입하려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나 경험이 많지 않았고 어떤 전략으로 AI를 적용하고 상용화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과 전략을 수립해주는 AI 컨설팅으로 시작한 사업이 현재 '액셔너블 AI'로 발전된 것”이라고 전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