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정부가 항공안전 대책을 마련했지만 일부 공항 시설이 개선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전문가 검토 없이 안전성을 판단한 사례도 드러나 항공안전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전국 15개 공항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로컬라이저 취약성을 연말까지 개선하는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수공항 일부 경량철골 구조물은 전문가 검토 없이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해 개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조치가 항공안전 취약 요인을 충분히 점검하지 못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항에서는 항행안전시설 구조가 충돌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형태로 설치된 정황도 확인됐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을 따라 착륙하도록 방향을 안내하는 항행안전시설이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쉽게 파손되는 구조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무안공항 등 전국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면밀한 검토 없이 철근 콘크리트 기초 등 부러지기 어려운 구조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충격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안전 취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은 공항 설계 과정의 공사비 절감 때문이다. 무안공항 등 일부 지방공항은 토공사 물량을 줄여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활주로 종단 경사를 지형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설계했고, 이 과정에서 로컬라이저 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기초와 둔덕 구조물을 만들었다.
항공 안전 관리 전반에서도 미흡한 대응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최근 5년간 특정 엔진 모델 고장 사례를 점검한 결과 총 59건 가운데 국토부가 사실 조사를 실시한 사례는 2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와 관제사의 건강 관리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정신질환 진료 이력을 신고하지 않은 채 근무한 사례가 확인됐고 감사원 점검 결과 조종사 62명과 관제사 35명이 관련 이력을 숨기고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 충돌 위험 평가에서도 일부 공항에서 위험 요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에 항행안전시설 설치 기준을 재정비하고 취약 구조물을 단계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감사원 지적 사항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후속 조치를 엄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위각시설 개선과 조류 충돌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해 항공 안전 체계를 전반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