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이 이산화탄소(CO₂)를 유용한 화학 원료로 바꾸는 촉매의 '성능 저하' 문제를 해소했다. 스스로 성능을 회복하는 '자가재생'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KAIST는 정동영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CO₂ 유용 물질로 전환하는 전기화학 반응에서 촉매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촉매가 반응 중 스스로 활성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새로운 설계 전략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CO₂ 전환 반응에서 널리 사용되는 구리(Cu) 촉매에 주목했다. Cu 촉매는 반응 과정에서 표면 구조가 지속해 변화하는 '재구성'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 결과 재구성 방식에 따라 촉매 성능·수명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Cu 촉매 재구성 과정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었다. 첫 번째는 촉매 표면 산화물 형성·환원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활성이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 촉매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두 번째 방식은 촉매 금속이 전해질 속으로 일부 녹아 나왔다가 다시 촉매 표면에 붙는 과정을 반복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촉매 표면에 새로운 반응 자리인 '활성점'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활용해 촉매가 반응 중에도 스스로 활성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전해질에 극미량 Cu 이온을 넣어주면 촉매 표면에서 금속이 녹았다가 다시 붙는 과정이 균형을 이루며 반복되고, 새로운 활성점이 지속적으로 형성된다.

이번 기술은 별도 복잡한 공정이나 고전압 조건 없이도 구현할 수 있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에틸렌·에탄올 같은 고부가가치 C₂화합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응 진행 중에도 촉매가 스스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이번 설계 개념은 향후 CO₂ 전환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전기화학 에너지 변환 기술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정동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성능 저하를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제어 가능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접근한 결과”라며 “반응 중에도 촉매가 지속적으로 최적의 활성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의 김한주 박사과정생과 안홍민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미국화학회지에 2월 5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