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 막고 회장 권한 조인다…농협 개혁 입법 추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사진=연합뉴스)

농협중앙회장 선거 제도를 손보고 중앙회 권한을 통제하는 농협 지배구조 개혁이 추진된다. 금권선거 처벌을 강화하고 독립 감사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게 직무정지 등 조치가 가능할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1일 정부와 여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협개혁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당정은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후속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안은 지난해 11월 농식품부 특별감사와 올해 1월부터 진행된 정부합동 감사에서 드러난 내부통제 취약, 인사·경영 불투명성, 금품선거 의혹 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농협이 농업인 소득 증대와 경제사업 중심 조직으로 기능하도록 제도 기반을 정비한다는 취지다.

조합장 선거 구조 손질…금권선거 처벌 강화

선거제도 개편이 핵심 과제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조합장 약 1110명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정부는 소수에게 투표권이 집중된 구조가 금품선거 유인을 키웠다는 지적을 반영해 조합원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출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전체 조합원 직선제와 선거인단제를 중심으로 제도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금권선거 처벌도 강화한다.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과태료 수준을 높이고 선거범죄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진신고자뿐 아니라 조사 협조자까지 처벌 감경 대상을 확대하고 신고포상금도 늘린다. 후보자 토론회 활성화 등 정책 경쟁 중심 선거 환경 조성도 검토한다.

이 같은 제도 개편이 현직 농협중앙회장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현재 중앙회장인 강호동 회장은 정부 합동 특별감사에서 금품수수와 사업비 유용 의혹 등이 적발돼 수사 의뢰된 상태다. 농식품부는 농협법 개정을 통해 금품수수나 횡령 등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임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농협법 164조에도 장관이 위법 행위를 인정하면 시정명령과 함께 임원 개선이나 직무정지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다만 실제 적용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직무정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 후속 절차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립 감사기구 신설…중앙회 권한 통제

감사와 내부통제 체계도 손본다. 정부는 범농협 통합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중앙회 내부 감사 기능을 분리해 중앙회와 조합, 지주회사, 자회사까지 아우르는 별도 특수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위원장은 농식품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농식품부·금융위원회·변호사단체·회계사회·중앙회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7인 체제로 구상하고 있다.

농식품부 감독권도 확대한다. 현재 중앙회와 조합에 한정된 지도·감독권을 지주회사와 자회사까지 넓힌다. 중앙회와 조합에 대한 주의·경고 제도도 도입한다. 임직원의 금품수수나 횡령 등 범죄행위는 고발을 의무화하고 유죄 선고 시 직무정지 근거를 마련한다. 준법감시인은 외부 전문가를 의무 선임하도록 했다.

운영 투명성 강화 조치도 담겼다. 중앙회장의 지주·자회사 경영 개입 금지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다른 직위 겸직도 제한한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외부위원을 확대하고 운영 절차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회원조합지원자금, 이른바 무이자자금은 재무건전성을 고려해 편성하도록 하고 농식품부 사전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조합과 조합원이 참여하는 '농협발전 심의위원회'도 신설한다. 이 위원회를 통해 경제사업 활성화와 조합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농협 발전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한다. 중앙회와 조합의 자금·인사·보수 등 경영 정보 공개도 확대한다.

농협개혁 추진단 공동단장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이번 방안은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개선하고 금권선거 방지를 위한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1단계 개혁안”이라며 “경제사업 활성화와 조합 경쟁력 강화 등을 포함한 2단계 개혁 방안도 추진단 논의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개혁안의 신속한 이행을 통해 농협 비위 문제를 해소하고 농협이 조합원과 농업·농촌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며 “관계부처와 농업인단체,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개혁 법안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