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지금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의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방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지역의 교육·문화 인프라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방대학의 위기는 결국 지역사회 전반의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대학은 더 이상 울타리 안에 머무는 상아탑일 수 없다. 대학은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컬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청년 인재가 머물고 해외 인재가 유입되며,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찾는 공간이 될 때 대학은 비로소 지역 활력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런 전환의 모델 중 하나로 '글로컬하우스'와 '학교복합시설'을 결합한 캠퍼스 공간을 구상할 수 있다. 상층부에는 유학생과 국내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시설을 두고, 하층부에는 도서관·체육관·문화시설 등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생활 인프라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건축 사업을 넘어 청년 인재 유입과 유학생 유치, 지역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 투자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학이 유학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가 주거 문제다. 안정적인 기숙 환경은 학생들의 학업 몰입도를 높이고 지역 정착 가능성도 높인다. 동시에 학교복합시설은 지역 주민에게 부족한 문화·체육 인프라를 제공하며 대학과 지역사회를 일상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대학 캠퍼스는 더 이상 경계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공유의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확산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원 구조의 불균형에 있다. 현재 초·중·고 부지를 활용한 복합시설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30~50% 투입되고, 국립대학 시설에는 최대 90%까지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 반면 동일한 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사립대학에는 이를 지원할 제도적 근거가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다. 그 결과 사업은 대부분 지자체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공공적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중앙정부 재정은 배제하는 구조는 정책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이 지역 공공 인프라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재정적 기반 역시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사학진흥기금을 학교복합시설 건립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정책 공백을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정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 공공 인프라 확충을 위한 '마중물 투자'로 이해할 수 있다. 초기 건립 비용을 분담해 지자체와 대학의 참여를 촉진하고, 이후 운영을 성과와 공공성을 기준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정책 대안이 될 것이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RISE사업(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역시 대학 복합시설 정책과 전략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 혁신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 공간을 넘어 생활과 문화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미 사립대학 복합시설 설치를 위한 법적 기반은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현실에서 작동하게 할 재정적 뒷받침이다. 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 결단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글로컬하우스와 학교복합시설은 단순한 캠퍼스 개발 사업이 아니다. 대학과 지역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대학이 협력할 때 지방대학은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방대학의 경쟁력은 강의실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 공동체와 연결된 공간에서 시작된다. 이제 그 출발점을 실질적인 정책과 재정 기반 위에 세울 때다.
이상천 동명대 총장 sclee25@t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