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중동 리스크에 셧다운 우려…사업재편도 제자리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수국가산업단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기업들이 고객사에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공지하며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와 맞물려 석유화학 산업 사업재편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여천NCC 등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최근 고객사에 원료 수급 차질에 따른 공급 불가 가능성을 공지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납사(나프타)와 콘덴세이트 등 주요 원료 확보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납사의 약 5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동산이다. 콘덴세이트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일부 기업들은 아직 공급 차질 공지를 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정상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지오센트릭 역시 SK에너지로부터 납사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달까지는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가능하고 4월 생산 물량을 위한 원료 확보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가동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체 원료 조달도 쉽지 않다.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가 사실상 제로 수준에 가까운 상황에서 원료 가격 상승과 해상 운임 부담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안 제출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 산업단지의 경우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이 참여하는 사업재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산 산업단지 역시 여천NCC 2공장 가동 중단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지만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에 정유사를 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는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상황이 워낙 큰 변수이다 보니 현재는 사업재편 논의도 잠시 소강 상태”라며 “정부 역시 중동 리스크 대응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