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동참을 압박하고 있으나, 중국과 일본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까지 하나둘 회피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폴리티코·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전쟁이 계속되는 한, 군사적 수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방안을 포함해 어떠한 개입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변인은 “나토는 자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 동맹'”이라며 “이 전쟁은 나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토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군사적인 개입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전에 우리와 상의하지 않았으며, 워싱턴은 전쟁 발발 당시 유럽의 지원은 필요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는 점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며 “미국 정부는 독일에 이 같은 임무에 동참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우리 전쟁이 아니다”며 “막강한 미국 해군력으로 달성할 수 없는 일을 유럽의 호위함 몇 척이 해낼 수 있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개입을 완전히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동맹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원내대표는 “(영국은)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실현 가능한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원내대표는 “궁극적으로 석유 시장의 안정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야 한다”며 작전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능한 한 많은 파트너 국가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외교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이탈리아는 호르무즈로 확대할 수 있는 해군 임무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유럽연합(EU) 임무가 '해적 퇴치 및 방어'에 초점을 맞춘 점을 들어 호르무즈 해협까지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까지 협조를 거듭 압박했지만, 중국은 '군사 행동 중단 촉구'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거부한 상황이다. 이어 미국의 우방인 호주, 프랑스, 일본은 이미 호르무즈에 군함을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다른 동맹까지 확답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