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제도 존폐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국세청은 과세 시행을 전제로 전산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과세 자체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정책 방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가상자산소득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단순히 세율이나 공제 한도를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상자산소득 과세 체계 자체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 세율을 적용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22% 수준이다. 해당 과세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소득세 폐지론 배경에는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이후 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과 달리 가상자산에만 별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과세 체계의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해외 거래소 이용이 늘어나면서 과세당국이 거래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결국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반면 국세청은 이미 과세 시행을 전제로 준비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지난 9일 약 29억9800만원 규모의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하며 과세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해당 시스템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제출하는 거래명세서와 거래집계표를 연계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이상 거래 탐지 기능을 통해 지갑 간 이동이나 우회 거래 등 복잡한 거래 구조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는 사업자 선정 단계로, 실제 시스템 구축과 운영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국내 거래소 거래는 일정 부분 자료 확보가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거래는 추적이 쉽지 않다. 내년부터 국제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모든 국가의 참여가 강제되는 구조는 아니라 한계가 있다. 한국도 서명국에 포함돼 있지만, 협정 서명만으로 곧바로 실질적인 정보교환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스테이킹 보상, 에어드롭, 디파이 수익, 렌딩 보상처럼 취득과 처분 구조가 복합적인 소득은 과세 시점과 소득 구분도 까다롭다.
과세 기준의 미비는 연구기관에서도 지적됐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른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대한 소고'에서 가상자산 대여 이익, 에어드롭, 하드포크, 채굴, 스테이킹 등 다양한 소득 유형에 대한 세부 규정과 기준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이런 핵심 쟁점을 보완하는 내용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는 평가다.
여당은 일단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당장 과세 폐지에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주식과 가상자산 과세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대표는 “국세청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납세자가 신고하는 것을 고려해 과세를 산정해 왔다”며 “신고하지 않는 납세자나 누락분, 개인지갑 거래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거래소와 디파이 거래까지 납세자가 건건이 신고 등록해야 하는 구조는 조세 편의성이 떨어진다”며 “가상자산 과세제도 도입 초기부터 제기된 형평성과 집행상 문제점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