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상군 안보낸다” 선언에도…“美해병대 수천명 중동에 추가 파견”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정유저장소에 화재가 발행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AFP 뉴스1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정유저장소에 화재가 발행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AFP 뉴스1

미국이 중동 지역에 해병대와 해군 병력 수천 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한 이번 보도는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군의 군사적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 상륙강습함 '복서호'를 중심으로 약 2,500명 규모의 해병 원정대와 호위 함정들이 당초 계획보다 약 3주 앞당겨 미 서부 해안을 출발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제31해병원정대 약 2,500명에 이은 두 번째 해병 원정대 투입으로, 중동 내 미군 전력은 기존 약 5만 명에 더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해병 원정대는 함정 탑재 항공기를 활용한 공중 타격부터 제한적 지상 작전, 비전투원 대피 작전까지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신속 대응 전력이다. 이 때문에 이번 증파는 단순 병력 보강을 넘어 상황 악화 시 즉각적인 군사 개입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미군이 이란 해안가에 병력을 배치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거나,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방안도 군사적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사실상 제한적 지상 작전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는 온도 차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어디에도 지상군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군사적 준비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군의 해병 원정대 전개는 위기 상황에서 제한적 지상 작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전력 운용 방식으로 평가된다.

한편 미국 내 여론은 지상군 투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이란과의 대규모 지상전에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7%에 그쳤다.

로이터는 “지상군 투입은 제한적 작전이라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중동 분쟁에 깊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점을 고려할 때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