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오재근 코아칩스 대표 “DX는 기술을 넘어 문화이자 문명···전원 없는 무선 센서로 산업의 말초신경 만들겠다”
“전원 없이 작동하는 무선 센서에서 출발해, 지금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센서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기업입니다.”
오재근 코아칩스 대표는 회사를 한 문장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짧은 소개지만, 그 안에는 코아칩스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담겨 있다. 코아칩스는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는 무선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해 상태기반정비(CBM), 디지털 리트로핏, 디지털 반사신경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센서를 단순 부품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배터리 없는 무선 센서, 산업 현장의 비효율을 풀다”
오 대표가 '전원 없는 무선 센서'에 집중한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 무선 센서는 대부분 배터리에 의존하는데, 센서가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대될수록 배터리를 하나하나 교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그는 “배터리 교체 없이 반영구적으로 작동하는 무선 센서가 있다면 산업적 효용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기술은 박사학위 논문 주제이기도 했고, 20년 넘게 연구해 온 끝에 상용화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 구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변의 진동이나 열에너지를 활용해 센서가 스스로 전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전파를 쏘면 센서가 이를 반사하고, 그 반사파에 실린 정보를 리더기가 읽어내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이를 '메아리와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단단한 벽과 스펀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반사하듯, 센서도 물리적 상태에 따라 다른 반사 신호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사 기술이 기존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완전히 다른 개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기존 사물인터넷 센서가 해결하지 못했던 '전원 문제'를 해소한 확장형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봤다. 오 대표는 “사물인터넷 센서의 큰 범주 안에서 가장 큰 장애 요소였던 전원 문제를 해결한 센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센서는 더 이상 부품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오 대표가 꾸준히 강조해온 또 하나의 화두는 '센서는 부품이 아니라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그는 현재 센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센서 부품 제조사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센서를 활용해 어떤 부가가치 솔루션을 구현하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라이다, 웨어러블, 온센서 AI 등 최근 시장 흐름도 모두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센서는 이제 단품으로는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며 “여러 기능이 통합된 플랫폼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 현장에는 '대뇌'보다 '반사신경'이 먼저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코아칩스가 앞세우는 '디지털 반사신경망' 개념으로 이어진다. 그는 “지금 AI 시대는 모두 대뇌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현장은 판단보다 반응이 먼저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뇌가 판단하기 전에 손을 떼는 척수반사가 작동하듯, 산업 현장도 위험 상황에서 중앙 서버나 클라우드의 판단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클라우드 AI는 강력하지만 느릴 수 있다”며 “현장 말단 설비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경량 AI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아칩스가 말하는 디지털 반사신경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는 “우리도 결국 AI를 하는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GPU 기반의 거대 AI가 아니라 설비 말단에서 직접 작동하는 초경량 AI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바로 판단하고 반응하는 구조가 산업 안전과 생산성 측면에서 훨씬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고속열차 CBM, 코아칩스의 사업 전환점
코아칩스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업으로는 고속열차 상태기반정비(CBM)가 꼽힌다. 오 대표는 “센서 회사 입장에서 대량 생산과 양산 납품의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무엇보다 열차 바퀴 인근처럼 매우 험한 환경에서도 신뢰성과 내구성을 검증받고 양산 적용까지 이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향후 디지털 반사신경망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고 봤다.
제조업 DX의 핵심, '디지털 리트로핏'
제조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리트로핏'이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 대표는 우리 제조업이 이미 선진국형 산업 구조로 접어들었고, 이 구조의 특징은 새 설비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기보다 기존 설비를 최대한 오래 활용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후 설비 대부분이 데이터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품질 경쟁력이 핵심인 제조업에서 오래된 설비를 계속 써야 한다면, 결국 디지털 기술로 기능을 보완하고 고도화해야 한다”며 “낡은 설비에 센서, 소프트웨어, AI를 입혀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디지털 리트로핏”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코아칩스는 현재 인도네시아의 나이키 OEM 협력 공장 구축을 진행 중이며, 국내 철강업체 적용 사례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오 대표는 “디지털 리트로핏은 AI와 궁합이 매우 좋다”며 “단순히 AI만 얹는다고 성능 개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센서와 부품, 설비 구조까지 함께 손봐야 AI의 판단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철강업체 사례에서 AI 판단 정확도가 약 98% 수준까지 올라갔고, 기업 입장에서는 수억 원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센서에서 끝나지 않는다”···플랫폼 확장성이 투자 포인트
투자자 관점에서 코아칩스의 핵심 포인트 역시 이 같은 확장성에 있다. 오 대표는 “전원 없이 작동하는 무선 센서라는 특화 기술이 출발점이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CBM, 디지털 리트로핏, 각종 산업 플랫폼으로 사업 파이프라인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중심이던 과거 매출 구조도 최근 들어 양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주문형 센서 중심이던 사업이 이제는 대량 생산 수요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 대표는 “수요 자체는 매우 크다”면서도 “그동안 코아칩스가 기술 개발에 집중하느라 영업과 홍보에 충분히 힘을 쏟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한계였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전원 없는 무선 센서, CBM, 디지털 리트로핏 등 코아칩스가 보유한 기술은 산업 수요가 매우 큰 영역이며, 실제로 과거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의 요구를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GE와 닮은 포트폴리오, 그러나 방식은 다르다
경쟁사와의 차별성도 분명히 했다. 전원 없이 작동하는 무선 센서는 코아칩스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고, 현재도 독보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오 대표는 자사 사업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대기업 GE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GE가 센서와 CBM을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을 시도했다면, 코아칩스는 센서에서 출발해 리트로핏과 디지털 반사신경망을 거쳐 '센서 트윈'을 구현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트윈이 세상의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하려다 너무 범위가 넓어졌다면, 우리는 센서에만 집중한다”며 “범위가 좁은 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GE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탑다운 방식이라면, 코아칩스는 말초신경부터 하나씩 쌓아 올리는 보텀업 방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코아칩스가 내세우는 'CORECHIPS inside' 비전도 여기서 나온다. 인텔의 'Intel Inside'처럼 언젠가 코아칩스의 핵심 기술과 부품이 다양한 산업 시스템 안에 내장돼 세계 곳곳에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IPO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오 대표는 '지속 가능성'을 꼽았다. 기술력, 경영, 내부통제, 매출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의 본질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잠깐 주목받는 회사보다 지속 가능성을 갖춘 회사가 결국 주주가치도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 그리는 회사상에 대해서도 “대표가 없어도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는 회사”를 언급했다. 지멘스처럼 오래 살아남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목표다.
“DX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와 문명”
마지막으로 오 대표는 산업 디지털전환(DX)의 본질을 기술이 아닌 '문화와 문명'으로 규정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DX를 기술로 보지만, AI는 기술일 수 있어도 DX의 본질은 조직과 문화가 바뀌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기업 운영 전반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DX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더 이상 단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문명이 된 것처럼, DX 역시 기업이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기술이 아니라 결국 안 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산업 문명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오재근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고 해서 회사가 자동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조직과 문화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도록 바뀌지 않으면 진정한 DX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DX는 특정 전문가만 쓰는 기술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문화가 될 때 완성된다”며 “코아칩스는 그 변화의 가장 말단, 가장 본질적인 지점에서 산업의 신경망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