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업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데이터 플랫폼·거래소가 실질적인 유통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데이터 활용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지난 1일 'STEPI 인사이트' 제357호'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을 위한 데이터 플랫폼·거래소 활성화방안'을 발간하고, 국내 주요 6개 데이터 플랫폼·거래소의 현황과 한계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디지털 뉴딜 이후 143개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실제 거래·유통 기능을 갖춘 플랫폼은 24개(16.8%)에 불과하다. 데이터 거래 시 주요 애로사항은 구매 가격 부담(39.6%), 양질의 데이터 부족(39.1%), 탐색의 어려움(36.0%)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AI-허브, 데이터 바우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금융데이터거래소, 국가교통 데이터 오픈마켓, 피타그래프 등 6개 플랫폼·거래소를 심층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중소기업의 구조적 역량 부족 △거래 인프라 미비 △법·제도 불확실성 △과도한 비식별화로 인한 AI 성능 저하가 핵심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의료·금융·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식별화 조치가 AI 학습 성능 저하로 직결되는 딜레마가 두드러졌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의 경우 유출 우려와 책임 부담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가명정보 제공 경험이 최근 1년간 2.3%에 그쳤으며, 금융데이터거래소는 대형 금융사 중심의 데이터 집중으로 핀테크·스타트업의 접근이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민간 주도), 유럽(규제 주도), 중국(국가 주도), 일본(민관 협력) 등 해외 주요국의 데이터 정책을 비교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하고, 역량→인프라→제도→확산의 4단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핵심 과제로는 'AI-Ready 데이터' 공급 체계 구축, 표준계약·분쟁조정 등 거래 신뢰 인프라 정비, 가명처리 심의 기간의 310일에서 100일로 단축, 국가 데이터 카탈로그 구축 및 빅테크-선도기업 연합 모델 확산 등이 포함된다.
김영환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양질의 데이터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AI 시대 산업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며 “데이터 플랫폼·거래소가 실질적 허브로 기능하려면 양적 공급 확대를 넘어 신뢰 기반의 인프라와 법·제도 정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