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신규 상품 출시가 대형 자산운용사에 집중되고 있다. 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사실상 상품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된 ETF를 분석한 결과, 신규 상장된 32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인 18개 종목이 ETF 운용 상위 5대 자산운용사에서 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ETF 운용사 28곳 중 15곳은 단 한 개의 상품도 출시하지 않았다. 절반이 넘는 상품이 상위 운용사에 집중되며 신규 ETF 시장에서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내 ETF 시장은 400조원으로 커졌지만 신상품 경쟁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개별 운용사별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이 6개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케이비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이 각각 3개 종목을 출시했다.
ETF 시장의 과점 구조가 신규 ETF 상장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ETF 시장은 낮은 보수율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사업 구조로 일정 수준 이상의 운용자산과 거래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유동성 공급과 사용자 수가 많은 대형사만 살아남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순자산총액(AUM) 기준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점유율 1% 미만인 곳은 18곳에 달한다. 3월 말 기준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삼성자산운용이 전체 시장의 62.5%를 차지하며 거래까지 특정 운용사에 쏠리는 모습이다.
중형 자산운용사는 차별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타임풀리오자산운용 등 중형 자산운용사에서는 대형사와의 규모 경쟁 대신 액티브 ETF, 특정 테마 집중 등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소형 자산운용사는 이 같은 전략도 실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위 운용사들은 이미 다음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지수 추종 ETF를 넘어 특색 있는 ETF로 사업을 확장해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오는 6월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4일 우주 관련 테크 산업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했다. 상위 자산운용사에 신상품 출시가 집중되는 흐름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에 ETF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ETF는 지수 추종형(패시브) 상품 비중이 높아 먼저 시장에 진출한 자산운용사들의 선점 효과가 크게 작용해 후발 운용사일수록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