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FDE)'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단순 개발이나 기술 지원을 넘어 직접 고객사의 심장부로 들어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현장형 엔지니어'로, AI 전환(AX)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서 FDE 도입이 곧 AX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도 2년 이상 성공적으로 FDE 직군을 운영한 사례가 손에 꼽힌다. FDE가 성공하려면 커스터마이징에 최적화 된 제품 뿐만 아니라 제품의 비전을 정확히 알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 등 조직 문화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지난 17일 앤트로픽 후원으로 열린 '클로드 코드 밋업 서울'은 'FDE 나잇'을 주제로 개최됐다.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현직 FDE를 비롯해 개발자와 FDE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 관계자 40여 명이 참여해 FDE의 현장 적용부터 조직 전체를 AI 네이티브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FDE는 고객사 내부로 들어간 '현장 해결사'
현재 기술 산업 현장에서 FDE를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FDE라는 용어를 처음 활용한 팔란티어에서는 고객 접점에 배치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기술 지원에 그치지 않고 프로덕트 매니저(PM), 영업, 개발의 경계를 넘어 조직 내 예산 규모, 의사결정 구조, 우선 순위까지 파악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장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AI 엔지니어 '데빈'을 만든 코그니션에서 근무하는 최규환 FDE는 FDE를 “조직 내 줄기세포”라고 정의했다. 그는 “단순한 솔루션 아키텍트나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그치지 않고 역할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라면서 “고객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황현태 스페이스와이 대표는 “레거시 조직을 AI 네이티브 팀으로 만드는 AX를 하기 위해 고객사에 파견되는 엔지니어”라고 FDE를 정의하면서 “단순히 고객사에 파견돼 코딩하는 인력이 아니라 컨설턴트와 엔지니어가 결합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말했다.
채널코퍼레이션 FDE 조직을 이끄는 최한길 리드는 “현장의 병목 구간을 진단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AI 옵스(Ops)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다”며 직무 전문성을 강조했다.
◇한국형 'K-FDE'의 탄생
한국에서 FDE를 적용할 때는 특유의 조직 문화에 따라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한국적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K-FDE'다.
패션 대기업 L사에서 AX 업무를 담당하는 이선민 수석은 “한국에서는 FDE 공채가 거의 없지만, 실제 업무 형태는 글로벌 FDE와 흡사하다”며 “초반에 리소스의 90%를 쏟아붓고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기존 시스템에 이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라포 형성을 위해 회식과 야근이 가미될 때 K-FDE가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 특유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연차가 낮은 FDE가 경영진에게 직접 제안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높은 직급의 조력자를 함께 배치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황현태 대표는 “젊은 FDE들의 경우 큰 기업의 조직 문화를 경험하지 못해 겪게 되는 문제도 있다”면서 “2인팀을 구성해 조직 구조를 파악하고 상위 의사결정자와 소통하거나 업무 강도가 높은 FDE의 멘탈을 케어하며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FDE 도입 = AX 성공 공식'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FDE 모델이 가지는 한계도 동시에 지적된다. 제품 구조와 조직 문화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FDE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FDE는 고객사의 시차와 현장 상황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고 노동 집약적인 구조로 번아웃 위험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을 운영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또 고객마다 요구가 달라지면서 제품 방향성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최규환 FDE는 “많은 고객들과 한 번에 일을 하게 되면 고객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다 보면 제품의 벡터가 사방으로 퍼지게 된다”면서 “우리 제품에 맞지 않는 방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제품의 본질을 지키는 명확한 의사결정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FDE 투입을 성공시키기 위해 제품 자체가 커스터마이징에 최적화된 인프라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제품이 범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FDE만 투입하면 특정 고객만을 위한 '하드코딩'이 남발되어 결국 유지보수가 어려운 '쓰레기 코드'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내 AX의 핵심 “임원부터 바뀌어야”
또 국내에서는 외부 파견뿐만 아니라 사내 AX를 담당하는 조직을 FDE로 명명하는 경우도 많다. 잡코리아에서 AI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웍스피어 역시 사내 AX를 위한 FDE 팀을 운영 중이다.
김요섭 웍스피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사내 AI 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해 '탑다운'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CTO는 “팀 단위 개발자 몇 명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며 “임원진부터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실시간 리포트를 받는 등 일하는 방식의 본질을 바꿔야 전사적인 실행력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황현태 대표는 “한국의 대규모 AX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전사 차원의 거대 담론으로 접근하기 때문으로 부서 단위로 성공 사례를 만드는 '3세대 AX'를 실험하고 있다”며 “또 리더가 AX에 대한 감을 잡으면 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리더를 AX 빌더로 만드는 것이 '4세대 AX'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