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 칸막이에 재외국민 등록 막혀서야

스마트폰 하나면 어디에서든 행정 서비스는 '똑소리 나게'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다. 24시간 깨어있는 전자정부 서비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 국민편의 서비스가 나라 밖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이 외국 순방 때마다 동포 간담회 등을 통해 재외국민 편의 서비스 개선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초라하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외국민은 2024년 기준 약 240만명이다. 이중 재외국민으로 등록돼 투표권 등 우리 국민으로서 권리 행사와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94만명 내외(등록률 39.1%)라고 한다. 당연히, 절차상 불편과 국내 같지 않은 서비스 때문일 것이다.

본지 취재로 사정을 짚어보니, 이런 저조한 등록 배경엔 국내에선 더없이 편리한 휴대폰 기반 신원확인 절차가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재외국민등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이 시행돼 기본증명서는 내지 않아도 가능하도록 분명 간소화됐지만, 다른 인증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휴대폰 기반 본인인증이다. 국내 개통된 휴대폰이 있어야만 넘을 수 있는 인증 절차다.

그렇지 않으면 등록을 위해선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우리 공관을 방문해야 한다. 시행령에 등록 공관장의 직접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기반 인증에 막혀 재외국민 등록 확대가 더디고, 나아가 재외국민 인증서 기반의 정부24 이용도 가로막힌 것이다. “공관을 방문해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공급자, 행정 제공자 중심의 시각인 셈이다.

이번 6.3지방선거는 재외국민에겐 투표권이 없지만, 이번 주 국회 본회의에서 39년 만의 개헌안이 표결로 처리될 가능성은 아직 살아있다. 만약, 통과된다면 6월3일 재외국민도 개헌 찬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한표라도 더 많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행정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외교부 외청인 재외동포청이 이와 관련 협의에 들어가긴 했다고 한다. 어느 곳이 막혀있는지, 두 기관 간 무엇부터 풀면 될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이란 자부심, 쑥쑥 커가는 조국의 위상을 자랑스러워하는 재외국민의 시각에서 본다면 하루가 시급한 일이다. 해외 있지만, 국가 행정을 통한 국민 대접은 균등하게 받고 있다는 긍지를 심어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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