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이어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된 중국 수소버스 [자료:리파이어 홈페이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11/news-p.v1.20260511.4e149fca96544bfcb41084404e13b3f7_P1.jpg)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부해온 수소차 분야에서도 중국산 부품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중국 리파이어의 국내 진입은 단순히 부품 공급선이 늘어난 것을 넘어, 배터리 시장에서 겪었던 '중국발 공급망 잠식'이 수소 산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으로 읽힌다.
과거 중국산이 '저가'에 치중했다면, 리파이어의 120㎾급 스택 상륙은 양상이 다르다. 리파이어 스택을 탑재한 대형 수소버스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750㎞ 이상으로 구현해 국내 상용차 성능 기준을 한 단계 높일 전망이다.
이는 현대차와 토요타의 차세대 제품과 대등하거나 상용화 속도에서 오히려 앞서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수만 대의 상용차를 운행하며 쌓은 '필드 데이터'가 기술 완성도로 이어졌다. 올해 국내 수소차 보급 목표가 8000대(버스 1800대 포함)로 확대된 가운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산의 공세는 국내 시장에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리파이어의 진입으로 국내 수소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수소버스 시장은 현대차가 제작과 공급을 모두 도맡는 수직계열화 구조였다. 하지만, 국내 버스 제조 전문기업이 토요타(일본)에 이어 리파이어(중국)를 파트너로 선택하며 이같은 독점 구조에 균열을 냈다.
완성차 제조사가 부품사에 종속되지 않고 실리에 따라 부품을 주도적으로 선택·조합하는 '제조사 중심의 주도권 시대'가 열린 것이다. 버스 제조 전문기업의 '시스템 통합(SI)' 역량이 부품 공급망의 주도권을 제조사로 가져오는 전기를 마련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겪었던 진통이 수소차 분야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수소버스는 대당 수억 원의 국고 및 지방비 보조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만약 중국산 연료전지를 탑재한 버스가 국내 도로를 휩쓸게 될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결국 중국 부품 업체의 기술 개발과 시장 장악을 돕는 꼴이 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는 과거 전기차 보조금 정책 당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산 버스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
중국은 '2040년 수소차 400만대 보급'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판로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한국은 전략적 요충지가 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 CATL과 BYD에 주도권을 내준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부품사들이 차세대 스택의 조기 양산과 더불어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파이어의 진입은 우리가 '안방 챔피언'에 머무는 사이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기술적 격차를 벌리지 못한다면 수소 경제의 주도권을 통째로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