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세 창작자 지원을 위한 법률안을 두고 정부부처, 국회 상임위원회 간에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디지털크리에이터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디지털크리에이터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정부 차원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가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디지털크리에이터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자 문체부·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반발하고 있다.
디지털크리에이터법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열악한 창작 환경에 놓인 영세 창작자를 권리를 보호하고 지원사업을 시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표준계약서 작성, 지원사업 근거 마련, 진흥센터 설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과방위에서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2024년 8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2025년 3월),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2025년 6월)이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입법 논의 단계부터 부처 간 갈등에 직면한 바 있다. 문체부는 디지털크리에이터법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콘텐츠 산업의 주무부처는 문체부이고, 기존에 있는 콘텐츠산업 진흥법과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문체위도 더불어민주당 임오경·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공동으로 '뉴미디어영상콘텐츠 진흥에 관한 법률(뉴미디어 콘텐츠법)'을 발의했다. 유튜브·숏폼·AI 기반 영상콘텐츠 생태계를 포괄하는 진흥법을 제정하고, 진흥 기본계획 수립과 실태조사, 지원사업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사실상 과방위 법안에 맞서는 '대항 입법'으로 평가됐다.
뉴미디어법 발의 후 문체부와 당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각각 상반된 의견을 제출하며 정면 충돌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크리에이터 산업은 플랫폼 기반 융합 서비스로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서비스 영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부처 숙의 과정에서 디지털크리에이터법 추진을 결정한 바 있는 만큼 문체위 법안은 정부 공식 의사결정과 배치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문체부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문화·예술·영상·광고 사무를 관장하며, 직제령상 '뉴미디어영상콘텐츠산업의 육성 및 지원' 사무가 명시적으로 문체부 소관임을 내세웠다. 콘텐츠 창작자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과기정통부 소관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또 뉴미디어법이 '온라인영상채널콘텐츠', '초단편영상콘텐츠', '문화기술융합영상콘텐츠' 등 영상콘텐츠 산업에 한정된 별도 개념 체계를 갖추고 있어 기존 법률과 중복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문체부는 방미통위 출범으로 해당 법안의 소관부처가 바뀌었으나, 문체부와의 협의는 여전히 완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디지털크리에이터법이 과방위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문체부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점에서 강한 불만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고, 뉴미디어법 역시 문체위에서 별도로 추진 중인 만큼 유사 법률이 병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예산 중복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각 부처가 자기 권한을 지키는 것보다 무엇이 더 합리적인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상임위가 나눠져 있어 양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위원회 조직인 방미통위는 정책 결정 기능에 집중하고, 진흥 업무는 부처가 맡는 역할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