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대한민국 지방 자치는 '데이터 자본주의'라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기술이 공공의 표준이 된 지금, 지자체의 경쟁력은 예산 규모가 아닌 '데이터를 자산화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자산과 부채의 차이를 강조했듯, 지자체 역시 인공지능(AI)을 일하게 만드는 '부자 행정'과 데이터를 창고에 가두고 비용만 발생시키는 '가난한 행정'의 갈림길에 서 있다.
특히 가난한 행정은 데이터를 수집만 할 뿐 활용하지 못하거나, 특정 기업에 데이터 주권을 넘겨 시민을 기술에서 소외시킨다. 반면 부자 행정은 시민이 데이터를 제공할수록 지역 서비스가 개선되고 혜택이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여 고품질 데이터 확보의 동력을 만든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지역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된다.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가난한 행정은 기술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며 외부 솔루션 구매나 일시적 행사에 예산을 쓰고 하드웨어 구축에만 몰두해 데이터를 똑똑하게 활용하는 일에는 소홀하다. 그러나 진정한 부자 행정은 기술을 '디지털 시민'으로 고용한다. 인공지능이 민원을 해결하고, 돌봄 서비스가 노인의 안부를 묻고 농작물 병충해를 예측할 때, 그 데이터는 지자체의 부가가치 흐름을 개선하는 무형 자산이 된다.
현재 '부자 행정'을 하는 환경인지를 진단할 5가지 핵심 체크리스트를 제안한다.
첫째, 데이터 선순환 구조가 있는가? 수집된 정보가 단순히 저장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기업들이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이 되고 있는가?
둘째, 부서 간 칸막이를 해소했는가? 행정 데이터가 특정 부서의 소유물이 아니라, 전사적 알고리즘 학습을 위해 유기적으로 공유되고 있는가?
셋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가? 정책 수립 시 직관이나 관행이 아닌, 인공지능(AI)의 예측 결과가 실질적 근거로 활용되는가?
넷째, 기술 거버넌스를 보유했는가? 외부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지역 특색에 맞는 운영 가이드와 윤리 기준을 스스로 세우고 있는가?
다섯째, 시민 체감의 연속성이 있는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 지능형 서비스가 스며들어 지속적인 효율을 내고 있는가?
모두 '예'인가? 아니라면 당신은 부자 행정으로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고 인재가 정주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데이터로 기회를 창출하는 행정만이 인재를 머물게 할 유일한 해법이다. 이를 위해 지역 산업과 결합한 '지역 특화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도구를 보유할 때 지역 기업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또 '데이터 배당' 도입을 제안한다. 시민이 제공한 정보로 행정 비용이 절감되었다면, 그 수익을 지역 화폐 등으로 환원해 시민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기술 주권을 실현하는 정의로운 부자 행정의 완성이다.
데이터는 잠재울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부채가 되지만, 깨워서 일하게 하면 지방 소멸을 돌파할 유일한 자산이 된다. 시기를 놓친 혁신은 곧 지역의 파산이다. 2026년, 모든 지자체가 AI로 풍요로운 '부자 행정'의 시대를 열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길 기대한다.
이랑혁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구루미 대표
lucas.lee@gooroo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