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안 위협 고조....정부, '양자 방패' 의무화

통신의 국민 신뢰·민생·미래를 위한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가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총회관에서 열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통신의 국민 신뢰·민생·미래를 위한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가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총회관에서 열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AI와 양자컴퓨팅의 결합이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국가 보안 인프라를 '양자내성암호(PQC)' 체계로 전환하는 법적 의무화에 나섰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를 열고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R&D에 머물던 양자 기술을 산업 현장과 국방·보안 등 국가 안보 영역으로 전면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양자컴퓨팅에 의한 암호 해독 위협에 대응해 '양자보안체계 구축'을 법적 의무로 명문화한 것이다. 현재 세계 금융·통신망이 사용하는 RSA 등 공개키 암호 방식은 양자컴퓨터의 연산력 앞에 속무책이다. 특히 해커가 데이터를 미리 훔쳐두고 미래에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는 '선 탈취 후 해독(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이 기승을 부리면서 보안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은 소프트웨어 방식의 양자내성암호(PQC)와 하드웨어 기반의 양자키분배(QKD) 기술을 도입하는 로드맵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보안 시설 식별과 대책 수립에 착수하고, 내년부터 관련 전용 예산을 대폭 확충해 실질적인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보안뿐만 아니라 기술적 시너지에도 주목했다. 개정안에는 양자컴퓨팅과 슈퍼컴퓨팅(HPC), 고성능 AI를 결합한 '양자-HPC-AI 융합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가 처음으로 담겼다. 이는 신약 개발이나 소재 설계 등 난제를 해결할 '넥스트 AI' 시대의 핵심 전략이다.

또한, 기술 상용화를 가로막는 규제 문턱도 낮췄다. 규제 개선 신청 대상을 대학과 연구소까지 확대하고, 담당 공무원에게는 '적극행정 면책특례'를 부여해 과감한 정책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양자는 AI의 전력 소모와 연산 한계를 극복할 핵심 열쇠”라며 “보안과 산업화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AI 이후의 시대를 선도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양자 사업 영향평가와 국방 분야 적용을 위한 세부 사항 등 '디테일'을 보완할 계획이다. 국가 보안의 근간을 다시 쓰는 '양자 방패'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