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정원진 화학과 교수팀이 의약품의 핵심 골격으로 널리 쓰이는 인돌(indole) 구조에 질소 원자를 원하는 위치에 삽입하는 새로운 분자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인돌은 자연계와 의약품에 매우 흔하게 존재하는 질소 고리 화합물로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기본 구조로 활용된다. 기존 방식은 질소 원자가 특정 위치에만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나이트렌 기반 반응을 사용하기 때문에 질소가 결합할 수 있는 위치가 사실상 정해져 있어 결과적으로 퀴나졸린과 같은 특정 구조로 생성물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질소 원자 2개가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퀴녹살린은 항암·항균·항염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화합물군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존 합성법으로는 구조 선택성이 낮고 합성 과정도 복잡해 다양한 형태의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질소 삽입 반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반응 경로를 설계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인돌 내부에서 기존 방법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위치에 질소를 선택적으로 삽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고온이나 많은 양의 위험한 시약이 필요한 기존 방식과 달리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필요한 양의 안전한 시약만으로도 반응이 가능해 다양한 구조의 퀴녹살린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합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새로운 분자 편집 기술은 기존에는 만들기 어려웠던 질소 배열의 화합물을 더욱 간단하게 합성할 수 있어 향후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의약품 구조 최적화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약품의 구조를 정밀하게 변형해 새로운 약효를 탐색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원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원자 단위에서 분자 골격을 정밀하게 재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편집 전략을 제시한 성과”라며 “기존과는 다른 반응 메커니즘으로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화합물 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향후 신약 개발과 기능성 분자 설계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