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전후 엄마의 직업이 아이의 뇌 성장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3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산모가 임신 전후 종사했던 직군에 따라 자녀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발생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자폐 진단 비율이 2000년 어린이 150명 중 1명 수준에서 2022년에는 31명당 1명으로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전 외에도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1973년부터 2012년 사이 덴마크에서 태어난 아동 데이터를 활용해 자폐 진단을 받은 1702명과 그렇지 않은 10만8000명을 비교 조사했다.
연구팀은 덴마크 국가 연금 등록 자료를 바탕으로 산모들의 고용 이력을 임신 1년 전부터 출산 후 영유아 시기까지 추적했다. 이후 산모 나이, 흡연 여부, 사회경제적 환경, 정신질환 병력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반영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군 관련 분야에서 일한 여성의 자녀는 자폐 진단 가능성이 5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상 운송 업종 종사자의 자녀는 24%, 법률·사법 분야 종사자의 자녀는 59% 높은 위험도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임신 이전부터 출산 직전까지 이어졌지만 출산 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었다.
반면 농업 분야는 농약 노출 가능성이 있음에도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항공 운송이나 화학 처리, 청소 서비스 업종 역시 추가 변수 보정 이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직장 내 유해 물질 노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군 관련 업무의 경우 납 성분, 배기가스, 산업용 화학물질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운송업 종사자는 미세먼지와 차량 배출가스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사법 분야처럼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은 임신 중 피로와 염증 반응을 유발해 태아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특정 독성 물질이 초기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통계 분석을 진행할 경우 우연에 의해 특정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법 분야 사례는 29건에 기반한 결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전문가는 아버지의 직업이나 시대별 자폐 진단 기준 변화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로사 훅스트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이번 연구만으로 특정 직업을 피할 필요는 없다”며 “여성들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