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히자 육상 운송비 폭등속 한계점”…중동 전쟁에 글로벌 공급망 '패닉'

해상 물류 막히자 트럭 몰려…운송비 팬데믹 최고치 돌파
“컨테이너선 5만톤에 트럭 고작 30톤”…“최악의 물류 악몽”
시리아 육상 경로를 이용해 이라크 깃발을 달고 이동중인 유조트럭들. 사진=연합뉴스
시리아 육상 경로를 이용해 이라크 깃발을 달고 이동중인 유조트럭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육상 우회 물류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높은 비용과 제한적인 수송 능력 탓에 글로벌 물류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업체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터키를 경유하는 육상 노선과 요르단·이라크·쿠웨이트를 연결하는 육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을 활용한 대체 경로 등을 긴급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 노선 이용 수요가 폭증하면서 물류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중국 상하이에서 홍해·걸프만으로 향하는 노선 운송 비용이 전쟁 이전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980달러(약 147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15일 기준 4천131달러(약 621만원)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록했던 최고 운임인 TEU당 3천960달러(약 596만원)도 넘어선 수준이다.

운송비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육상 운송용 트럭 확보 경쟁이 꼽힌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인 MSC, 머스크, CMA-CGM, 하파그로이드 등은 전쟁 이후 사우디 얀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등 홍해·오만만 연안 항구에서 사우디 담맘, 이라크 바스라, UAE 제벨알리 등 주요 항구도시를 연결하는 트럭 운송 노선을 개설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크 최고경영자(CEO)는 FT 인터뷰에서 “상당한 규모의 트럭 운송 역량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가격 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사우디 대표 비료업체 사빅 아그리-뉴트리언츠는 요소 화물을 트럭에 실어 사우디 내륙을 가로질러 14~15시간 동안 육상 운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추가 운송 비용은 1t당 80~90달러(약 12만~1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업계는 육상 운송만으로는 해상 물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롤프 하반 얀센 하파그로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사 팟캐스트에서 “걸프 지역 무역 물동량이 60~8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도 타타그룹 계열 타타 컨슈머 프로덕츠의 공급망 담당 부사장 토니 스텁스는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혼잡이 심화하고 있다”며 “물류 지연 기간이 최대 60일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료 무역업체 헥사곤그룹의 크리스티안 웬델 사장은 “기존 항로를 이용하면 한 번에 3만~5만t 규모 화물을 운송할 수 있지만, 트럭은 한 대당 약 30t밖에 실을 수 없다”며 “물류 업계에는 악몽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