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중국 플랫폼들, AI 영상 제작 경쟁 본격화

아이치이·빌리빌리·바이트댄스 잇달아 AI 창작 도구 공개

[테크 차이나] 중국 플랫폼들, AI 영상 제작 경쟁 본격화

중국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AI 영상 제작 시장 선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편 영상 플랫폼부터 숏폼·커뮤니티 플랫폼까지 주요 사업자들이 잇달아 AI 영상 창작 도구를 공개하면서, 중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 구도가 '콘텐츠 유통'에서 '생산 도구 확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IT 매체 36Kr 등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는 최근 AI 에이전트 플랫폼 '나더우 프로'를 예비 상용화 단계에 올렸다. 동영상 커뮤니티 플랫폼 빌리빌리(Bilibili)는 AI 영상 제작 도구 '업드림'의 내부 테스트를 시작했고, 바이트댄스(ByteDance)의 화산엔진(Volcano Engine)은 기업용 AIGC(생성형 AI 콘텐츠) 단막극 제작 플랫폼 '드라마트'를 공개했다.

불과 며칠 사이 서로 다른 성격의 대형 플랫폼들이 동시에 AI 영상 제작 도구를 내놓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기술 유행 이상의 변화로 보고 있다. AI 영상이 이제는 '가능한 기술' 수준을 넘어, 누가 창작 도구의 입구를 장악하느냐의 경쟁 단계로 들어갔다는 평가다.

각 플랫폼은 자사 생태계 특성에 맞춰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이치이는 장편 영상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 빌리빌리는 커뮤니티 기반 창작 생태계, 바이트댄스는 숏폼·광고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영상 제작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영상 제작 산업은 높은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 탓에 대형 스튜디오와 자본 중심 구조가 강했다. 그러나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짧은 영상은 물론 일정 수준 이상 스타일 일관성을 가진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 변화가 가속화되면 플랫폼 역할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완성된 콘텐츠를 유통하는 공간을 넘어, 창작 도구와 제작 환경 자체를 플랫폼 안에 내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AI 영상 분야에 빠르게 뛰어드는 배경에는 영상 산업의 높은 경제적 영향력이 있다. 영상 콘텐츠는 중국 인터넷 산업에서 가장 큰 트래픽 영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광고·커머스·IP 사업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업계에서는 AI 영상 도구를 선점하는 것이 단순한 창작 지원 차원을 넘어 미래 광고 수익 구조와 콘텐츠 공급망을 장악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AI 영상 기술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개별 창작 도구 중심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이미 플랫폼 전략 차원에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콘텐츠 산업에서 이른바 '삽과 곡괭이 전략'을 재현하려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접 최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 창작자들이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제작 도구와 인프라를 선점하려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콘텐츠 산업 경쟁의 핵심이 '누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가'에서 '누가 더 강력한 생산 수단을 제공하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AI 영상 경쟁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방향성은 비교적 분명하다. 제작비를 낮추고 제작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플랫폼 안에서 창작과 유통을 함께 해결하는 구조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