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인상에 지친 소비자들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FAST 시장 상위권을 나란히 차지했다.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TV를 활용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18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크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미국 인터넷 가구의 46%가 장편 영상 콘텐츠 시청을 위해 FAS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미국 FAST 사업자 순위를 처음으로 집계했다. 1분기 이용자 기준 1위는 투비(Tubi), 2위는 로쿠 채널(The Roku Channel), 3위는 플루토TV(Pluto TV)가 차지하며 방송·스트리밍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하드웨어 제조사들도 FAST 성장의 수혜를 입고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TV+와 LG전자의 LG채널은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TV+의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1억 명을 돌파했으며 30개국에서 4300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LG채널은 33개국 4000여 개 채널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부문의 강자가 스마트TV 기술을 바탕으로 광고·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마이클 굿맨 파크스 어소시에이츠 디렉터는 “FAST 서비스는 더 이상 부가적인 시청 옵션이 아니라 스트리밍 환경의 한 축이 됐다”며 “콘텐츠 다양성, 유통 파트너십, 이용자 경험이 시청자 확보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FAST의 부상은 기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구독료가 상승하는 이른바 '스트림플레이션'과도 무관하지 않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들이 구독료를 인상하자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더라도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FAST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파크스 어소시에이츠는 “구독 피로와 스트리밍 비용 상승 속에서 소비자들이 무료 광고 기반 대안으로 이동하는 산업 전반의 흐름이 반영됐다”며 “광고주들도 FAST 환경으로 따라오고 있어 2026년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의 TV 제조사는 물론, 콘텐츠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전문가들은 삼성·LG TV의 FAST 서비스를 한류 콘텐츠 전파의 핵심 플랫폼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미국은 광고 시장이 크고 유료방송 이용료가 한국 대비 비싸기 때문에 FAST로의 유입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콘텐츠가 삼성·LG와 협업해 글로벌 FAST에 런칭하는 아이디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사업자 입장에서는 OTT에서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어 콘텐츠를 FAST에 공급할 유인이 충분치 않은 것은 어려운 점이 될 수 있어 관련 유통 질서 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