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 첫 통합평가서 재정사업 36% 구조조정…“7조7000억 감액 가능”

기획처, 첫 통합평가서 재정사업 36% 구조조정…“7조7000억 감액 가능”

기획예산처가 올해 처음 도입한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에서 전체 평가 대상 사업의 36.2%를 감액·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했다. 역대 자율평가 평균 미흡 비율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평가 결과를 내년도 예산 편성에 직접 반영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기획예산처는 18일 재정성과위원회를 열고 '2026년도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기존 부처 자율평가와 달리 외부 전문가 중심 평가단이 전 부처 사업을 직접 평가한 첫 사례다. 총 153명의 민간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가 참여했다. 평가 대상은 기존 1855개 사업에서 2487개 사업으로 확대됐다. 규모로는 약 185조4000억원 수준이다.

평가 결과 전체 2487개 사업 가운데 정상 추진은 89개(3.6%)에 그쳤다. 사업 개선은 1497개(60.2%), 감액·폐지·통합 등 구조조정 대상은 901개(36.2%)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감액은 858개, 폐지는 3개, 통합은 40개다. 감액과 폐지만 보면 861개 사업으로 전체의 34.5% 수준이다.

구조조정 대상 예산 규모는 총 55조1400억원이다. 분야별로는 국토교통 분야 구조조정 대상 예산이 17조3262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재난안전 8조6024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 3조3713억원, 국방·외교·통일 3조714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국토부는 전체 사업 156개 가운데 80개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돼 부처 중 규모가 가장 컸다. 국토부 구조조정 대상 예산은 21조9737억원에 달했다.

정창길 재정성과국장은 “평가 결과 감액·폐지 판정을 받은 사업에 15% 감액 원칙을 적용하면 약 7조7000억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작년 자율평가를 통한 구조조정 규모가 약 1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평가만으로 전체 재량지출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통합평가 대상은 2487개 사업이지만, 실제 정부가 관리하는 재량지출 구조조정 대상 사업은 약 7830개로 범위가 더 넓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대상이 아닌 기본경비, 재해대책비 등도 포함된다.

평가단은 이번 평가가 '재정 확장 국면에서 구조조정 없는 지출 확대는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평가단장인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기존 자율평가가 부처 중심 상대평가였다면 이번 평가는 외부 전문가가 절대 기준으로 평가했다”며 “지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사업 비율이 36%까지 올라간 것은 이런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감액 판정을 받은 사업은 내년도 예산 요구 시 15% 이상 감액해야 하며 폐지 사업은 예산을 전액 삭감하도록 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부처는 '미반영 사유서'를 작성해 9월 열린재정에 공개해야 한다. 평가 결과 보고서 원문도 6월 중 대국민 공개된다.

대표 감액 사례로는 행안부 공무원 통근버스 사업이 제시됐다. 수도권 통근버스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 폐지 또는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금연 지원사업은 기능 중복과 근거 부족 등이 지적됐다. 폐지 사례로는 과기부 3D 프린팅 산업 육성 기반 구축 사업이 꼽혔다. 민간 역량 향상으로 정부 지원 필요성이 낮아졌고 유사 사업과 중복성이 높다는 이유다.

정 국장은 “이번 평가는 단순 삭감이 아니라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작되는 구조조정의 출발점”이라며 “과거보다 훨씬 과감한 재정 효율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