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찌꺼기 처리도 '똑똑'하게…고려기술, AI 수처리 장비 개발

고장 징후 감지·운전 속도 자동제어 핵심
내구성 높이고 원가 낮춰 해외시장 공략

박기운  고려기술 대표.
박기운 고려기술 대표.

경기 시흥의 환경설비 전문기업 고려기술(대표 박기운)은 슬러지 처리 설비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고장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설비 운전 속도를 자동 제어하는 차세대 수처리 장비 개발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고려기술은 폐수처리장·하수처리장·정수장에 들어가는 침전 설비와 슬러지 수집기를 자체 개발·제조해 온 수처리 장비 기업이다. 지방자치단체 환경시설과 LG디스플레이 폐수처리장 등에 설비를 공급하며 침전지 운영 장비 분야에서 사업 기반을 넓혀 왔다.

슬러지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먼지와 금속 찌꺼기 등이 물과 섞인 산업 폐기물로, 처리가 미흡하면 악취와 환경오염, 설비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정적인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고려기술은 기존 침전 설비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고도화했다. 후륜구동 구조에서 발생하던 상부 처짐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륜구동 방식을 적용했고, 남는 동력을 스키머와 연동해 모터 수를 줄였다. 바닥을 끌고 이동하는 '슈' 방식 대신 롤러 구조를 도입해 마모를 낮추고 설비 수명을 기존 3년 수준에서 최대 10년까지 늘렸다.

대표 기술은 '사다리꼴 체인 구조'다. 기존 11자형 체인을 개선해 재질 변경 없이 인장 강도를 10톤에서 16톤 수준으로 높였다. 여기에 내마모성 폴리옥시메틸렌(POM) 피복을 적용해 유리섬유 노출과 미세플라스틱 발생 우려를 줄였다.

이 같은 기술 개선으로 회사는 조달우수제품 인증, 성능인증, 혁신제품 인증 등을 획득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2024년 '침전지 슬러지 수집기용 고강도 경량 체인 및 스프로킷 개발'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고려기술은 수입산 대비 내구성을 20% 높이고 원가를 15% 낮췄다. 지난해에는 노후 금형 교체와 ISO 14001·45001 인증 획득을 지원받아 정밀 금형과 표준운영체계(SOP)를 구축했고, 불량률을 5% 이하로 낮췄다.

회사가 추진 중인 AI형 슬러지 수집기는 슬러지 부하량, 기계 저항, 스컴 발생량 등을 실시간 분석해 설비 상태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에 따라 운전 속도를 자동 제어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유지보수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다. 설비별 운전 데이터가 축적되면 고장 가능성이 높은 장비를 미리 알려주는 예지정비 기능도 구현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고려기술은 2024년 베트남에 수처리 설비 2대를 공급했으며, 올해 추가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를 시작으로 일본과 유럽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박기운 대표는 “기존 수처리 설비는 30년 전 해외 기술을 답습한 한계가 있었다”며 “설비가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위험을 예측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흥=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