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플러스] 청소년 SNS 규제, 연령 제한·플랫폼 책임 등 다각적 논의 시작할 때

호주·영국·미국 등 청소년 SNS 규제 확산
몇 세부터 규제? 누구 책임? 복잡한 문제
사회적 공감대 절실한데 국내선 논의없어
늦었지만 가이드라인 논의 시작해야 목소리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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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금지 법안을 추진하면서 한국에서도 규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어느 선이 적정하고 누가 관리해야 할지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우리 현실에 맞게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은 청소년 SNS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는 이제 막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는 수준이다. 이용 연령·시간 등 적절한 기준 설정과 알고리즘 설계,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뿐만 아니라 SNS 중독 예방 교육과 건강한 문화 조성 등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돼 다방면의 논의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논의를 늦게 시작한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 법안 발의 7건…연령·기능 제한 등 기준 제각각

국내에선 국회를 중심으로 청소년 SNS 과의존 예방을 위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7건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법안별로 △14세 미만 SNS 가입 금지(윤건영 의원안) △16세 미만에 대해 SNS 일별 이용 한도 설정 △중독을 유발하는 알고리즘·야간 알림 기능 제한 △이용 시간제한·플랫폼 기업 차원의 보호 조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연령 제한, 기능별 제한 범위 등 주요 내용이 제각각이다.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세계적으로는 만 16세 연령 제한이 힘을 얻고 있다. 호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청소년 SNS 금지법 시행 국가는 모두 만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했다. 영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만 16세 미만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이고,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만 14세, 만 15세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국내 한 여론조사에서도 만 16세 기준 설정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디지털안전센터가 지난해 12월 성인 5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SNS 전면 이용 제한의 적정 연령 1위는 만 16세 미만(38.8%)이었다. 이어 만 19세 미만(22.6%), 만 13세 미만(20.7%), 만 14세 미만(17.0%)가 뒤를 이었다. 세계 최초로 법을 시행한 호주의 기준과 유사한 연령대를 선택하게 되는 것으로 센터는 분석했다.

기능 제한 범위 설정도 주요 쟁점이다. 디지털안전센터 조사에서는 일부 기능을 제한하자는 의견이 다소 높았다. 'SNS 전면 이용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복수응답 기준 67.5%로 나타났다. '프로필 비공개·DM 제한 조치'는 78.8%로 전면 제한보다 11.3%포인트(P) 높았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청소년이 SNS 계정을 개설해 접속하는 것 자체를 금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면적인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세계 최초로 법을 시행한 호주에서는 만 16세 미만이 우회 계정을 만들어 SNS를 사용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실효성 한계도 지적된다.

◇플랫폼 기업 책임론 대두

플랫폼 기업의 책임론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미 법원에서 SNS를 중독성 있게 만든 기업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결정이 나온 게 핵심 계기가 됐다. 미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와 유튜브 운영사 구글이 청소년 SNS 중독에 책임이 있다며 600만달러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기업 서비스의 특징인 무한스크롤, 자동 재생 등이 청소년 SNS 중독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 SNS 과의존·정신건강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SNS 이용률은 70.1%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8.8%는 SNS에 매일 접속하는 상시 이용자다. 특히 SNS 중독을 유발하는 핵심 서비스로 꼽히는 숏폼 SNS 이용 증가세 폭이 크다. 숏폼 콘텐츠를 매일 본다는 응답은 2022년 조사 당시 0.2%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9.1%로 폭증했다. 숏폼 플랫폼 중에선 인스타그램 릴스 이용률이 37.2%로 1위를 차지했다.

국회에 발의된 청소년 SNS 규제 법안에는 중독을 유발하는 알고리즘·야간 알림 기능 제한 등 내용이 담겼다. 플랫폼 기업들의 SNS 중독 유발 문제를 지적, 교육 중심의 자율 규제 중심에서 플랫폼 책임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다만, 국내 청소년이 주로 사용하는 SNS가 해외 빅테크 기업인 만큼 국내 기업의 역차별 같은 부작용을 낳지 않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이를 위해선 입법을 넘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선 규제 움직임과 사회적 공감대가 플랫폼 기업이 정책을 수정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규제를 무조건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소년 SNS 규제가 확산하는 것은 기존의 교육과 기업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세계 각국이 판단한 것”이라면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 유통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치와 충돌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방면 논의로 청소년 SNS 보호 환경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청소년 SNS 규제 설계를 위해 다방면에서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교육과 기업 자율규제에 한계가 있었지만, 단순한 규제일변도로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캘리포니아주는 2022년 알고리즘 설계 규제 도입, 2024년 알고리즘 규제 시도, 2026년 SNS 접근 제한으로 확장 등 단계적인 제도화를 진행 중이다. 영국은 지난 3월부터 13~16세 청소년 300명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특정 플랫폼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는 실험을 6주간 진행했다.

진민정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각국이 청소년 SNS 규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단계적인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한국에서도 올해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된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