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받으려면 미국 떠나라”…트럼프 초강수에 이민자들 패닉

미국 밖에서만 영주권 신청 가능…가족 생이별·입국 불허 현실화 우려
“1940년대로 회귀” 비판 확산…수백만명 영향 받을 듯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미국 영주권 신청을 원칙적으로 본국에서만 하도록 규정을 대폭 강화한다.

기존에는 미국 내 체류 상태에서 신분 조정을 통해 영주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본국의 미국 영사관에서 영주권을 신청해야 한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이민국(USCIS)은 외국인의 영주권 신청 절차를 미국 외 지역에서 진행하도록 하는 새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학생비자와 관광비자, 임시 취업비자 등 비이민 비자로 입국한 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거나 취업 등을 통해 영주권 신청 상태로 체류를 연장하는 사례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잭 칼러 USCIS 대변인은 “학생과 임시 근로자, 여행객 등은 특정 목적의 단기 체류를 위해 미국에 오는 것”이라며 “미국 방문 자체가 영주권 취득의 첫 단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임시 체류 외국인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본국으로 돌아가 영주권을 신청해야 한다”며 “본국에서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면 체류가 거부된 뒤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건 이상의 영주권이 발급되는데, 절반 이상은 미국 내 신분 조정을 통해 이뤄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주권 취득자는 약 140만명으로, 이 가운데 82만명이 미국 체류 상태에서 신분 조정을 통해 영주권을 받았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이들 역시 본국으로 돌아가 영주권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문제는 영주권 심사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영주권 절차가 끝날 때까지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WSJ은 “영사관 예약은 이미 수개월에서 수년씩 밀려 있는 상황”이라며 “새 규정 시행 시 적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 금지 국가나 비자 제한 국가 출신 이민자의 경우 영주권 신청을 위해 출국했다가 미국 재입국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법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가운데 가장 중대한 조치 중 하나”라며 “마치 194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부에서 이민 사안을 담당했던 리언 프레스코는 “출생시민권 관련 소송 결과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심리 중이며 판결은 다음 달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관련 공개변론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해 합법 판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강경 이민 정책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기도 했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