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마법사의 제자와 AI 교육

최종무 단국대 AI융합대학 학장
최종무 단국대 AI융합대학 학장

1797년 괴테는 '마법사의 제자'라는 시를 발표했다. 14연으로 구성된 발라드 형식의 시로, 줄거리는 이렇다.

마법사가 외출하며 제자에게 물 긷는 일을 맡긴다. 일을 하기 싫었던 제자는 마법사를 흉내 내 빗자루가 물을 길어 욕조에 담도록 마법을 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주문대로 빗자루는 성실하게, 쉼 없이 물을 길어 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제자는 빗자루를 멈추게 하는 주문을 알지 못했다. 욕조의 물은 넘치고, 결국 집 안은 물바다가 된다.

당황한 제자는 도끼로 빗자루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 버린다. 그런데 나뉜 조각들이 저마다 물을 길어 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다. 컴퓨터 용어로 말하자면, 분산 병렬 처리가 일어난 셈이다.

자연어로 소프트웨어(SW)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인간이 일상에서 쓰는 언어로 기능을 설명하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그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편리하다. 힘들고 복잡한 일을 간단한 마법으로 해결하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복잡한 구문과 의미를 모르더라도 동작하는 코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생성된 코드에는 이를 멈추게 하는 주문이 적절하게 구현돼 있을까. 우리는 바이브 코딩의 결과물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숙련된 개발자가 갖고 있는 숨겨진 맥락을 생성형 AI 프롬프트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 유행하는 버즈워드 중 하나가 '에이전틱 AI' 또는 'AI 에이전트'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선수를 대신해 여러 일을 처리하듯,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을 수행한다. 기존 챗봇과 다른 점은 스스로 추론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데 있다.

에이전틱 AI의 장점 중 하나는 상호작용이다. 복잡한 문제를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해 해결할 수 있다. MCP, 즉 Model Context Protocol이라는 개방형 표준 통신 규약이 등장하면서 데이터와 모델, 플랫폼 간 협업 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에이전틱 AI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급속히 악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전통적인 보안 취약점뿐 아니라, 자율성에서 비롯되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마치 빗자루의 나뉜 조각들처럼 말이다.

'마법사의 제자' 이야기는 마법사가 돌아와 문제를 해결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마법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라면 어떻게 될까. AI 시대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마법사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대학에서 AI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200여년 전 쓰인 '마법사의 제자'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대학 AI 교육에서는 다양한 마법 주문을 숙달시키는 것만큼이나, 통합적 관점에서 기술의 장점과 부작용을 함께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제자들에게 인간의 뇌에는 활성화 뉴런뿐 아니라 억제 뉴런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다. 생성형 AI에 계속 질문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다. 때로는 생성형 AI 사용에 브레이크를 걸고, 사색을 통해 우리 뇌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AI에 의존하지 않는 AI 활용이 가능하다.

한 가지 더, 사색에는 현실적인 장점도 있다. 우리가 생성형 AI에 던지는 질문을 사색을 통해 하나만 줄이더라도 수천개의 AI 토큰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에너지를 아끼고 지구를 보호하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최종무 단국대 AI융합대학 학장 choijm@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