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임금 협약 잠정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가결됐지만, 내부 파열음은 커지는 양상이다.
잠정 합의안 투표 결과는 삼성전자 사업부문간 갈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초기업노조) 찬성률은 80.6%인 반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1.1%에 불과했다.
초기업노조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전삼노는 모바일·TV 등 완제품을 판매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표심이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과반노조인 초기업노조가 투표권자 대부분을 차지해 잠정 합의안 가결을 이끌었지만, 내부 균열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공동교섭단 탈퇴로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 참여 대상에서 제외된 삼성전자 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도 별도로 실시한 자체 투표에서 반대 8909표와 찬성 47표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격한 온도 차는 직군별로 다르게 책정된 성과 보상 체계가 원인이다.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된 DS부문은 최대 6억원(메모리사업부)과 2억1000만원(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의 성과급을 수령하는 반면 DX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DX부문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며 부결 운동을 펼치는 등 강력한 반대 여론을 형성했다. DS부문에서도 메모리사업부 지급률 70% 수준을 성과급으로 받는 반도체연구소 등 공통 조직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부문·사업부간 내홍 격화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조 진영간 주도권 다툼 역시 해결해야 할 고차방정식이다.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 탈퇴 이후 초기업노조를 대상으로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내달 중 위원장 재신임에 대한 조합원 의사를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잠정 합의안 가결로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불만이 분출하는 DX부문과 반도체연구소 등 내부 조직을 다독이고 단합을 꾀하는 게 삼성전자 숙제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이른바 '삼성후자'로 불리는 계열사에서도 성과급 제도 개선 요구를 예고하고 있어 갈등이 그룹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사업부간 보상 격차를 해소하고 삼성그룹의 유기적 결속을 복원하는 건 임금 협상보다 까다로운 난제일 수 있다”며 “노사와 노노간 전향적인 소통으로 연대와 결속을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