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매각설·출혈경쟁·수수료 압박…길 잃은 K배달 플랫폼

배민, 외국계 재인수 땐
국부유출 논란 재현 우려
쿠팡, 무료배달 확대
시장경쟁 판도 흔들어
정치권, 상생안 지속 요구
기술·마케팅 비용 부담 커

국내 배달시장 주요 쟁점
국내 배달시장 주요 쟁점

국내 배달 시장이 잇따른 매각설과 출혈 경쟁, 규제 이슈로 급격하게 변화할 조짐이다. 글로벌 기업 우버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사이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일반회원까지 확대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플랫폼 양사의 최혜대우와 쿠팡이츠의 끼워팔기 의혹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국내 배달 산업을 위한 규제 바로잡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어지는 배민 매각설...외국계 자본 韓 배달 시장 노리나

2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우버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지분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로서스로부터 2억7000만유로(약 47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입해 지분 7%를 확보한 바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DH 주식의 19.5%를 인수하고 금융상품을 통해 5.6%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27일(현지시간)에는 이를 각각 24.99%, 11.84%까지 확대했다. 외신 등은 우버가 DH 지분을 더 확대하며 공개 매수를 제안할 수 있다고 봤다.

우버가 DH를 인수하면 배민에 간접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배민 입장에서는 2021년 DH에 인수가 완료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외국계 자본에 경영권을 넘겨줄 전망이다.

배달 업계에서는 글로벌 배달 플랫폼을 인수하고 매각했던 우버의 특성상 국내 배달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버의 경우 다른 기업을 인수했을 때에도 시스템을 다 갈아엎었다고 한다”면서 “(인수 후에) 대규모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배달 시장은 그간 독일의 DH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DH는 2011년 요기요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로 진출한 이후 2015년 배달통, 2017년 배달플라이, 2021년 배민을 잇달아 인수했다. 특히 배민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2023년부터는 매년 수천억원을 배당받거나 환원받으면서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우버가 DH를 인수할 경우에는 이같은 이익 회수가 고착화되고, 생활 물류 인프라로서 배달 플랫폼의 투자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학계 한 관계자는 “우버가 배민이나 DH를 인수하면 국내 배달 시장이 결국 미국 기업에게 다 넘어간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경쟁 효과도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쿠팡이츠, 무료배달 일반회원으로 확대…출혈경쟁 우려

국내 배달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민이 매각설에 시달리는 사이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혜택을 일반회원으로 확대하면서 시장 재편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지난 21일 일반회원에게 '매 주문 배달비 0원'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오는 8월 31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모션은 2년 전 무료배달을 필두로 한 출혈경쟁이 재점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4년 3월 배달업계 3위였던 쿠팡이츠는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을 제공해 배달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배민과 요기요는 프로모션, 유료 멤버십 등으로 쿠팡이츠에 맞대응했다. 결국 쿠팡이츠는 적극적인 공세로 요기요를 제치고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당시 출혈경쟁은 업주와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점주들이 무료배달 가게가 되려면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새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다. 이들은 수수료를 보전하기 위해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가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 결국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내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쿠팡이츠 프로모션 역시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월까지 진행되는 한시적 프로모션이지만, 소비자들을 무료배달에 익숙해지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정치권 수수료 인하 압박…배달 투자 동력 사라진다

정부와 국회의 배달 플랫폼 규제 압박도 여전히 변수다. 내달 3일로 다가온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민, 쿠팡이츠에 대한 최혜대우,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끼워팔기 의혹 등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공정위 규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가 운영 중인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와 맞물려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입점업체 단체와 상생안을 합의한다면 동의의결로 합의할 수 있지만, 상생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민, 쿠팡이츠는 지난달 재출범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각각 150억원, 130억원 이상의 상생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와 입점업체 단체 일부는 배달 플랫폼의 핵심 사업 모델인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들은 중개 수수료는 핵심 사업모델인 만큼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달 플랫폼은 초기에 시장을 구축할 때 대규모 기술·마케팅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추후에 이익을 회수하는 구조다. 배달 주문과 라이더를 관리하기 위한 기술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더라도 광고비 등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중개 수수료 제한은) 단기적으로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비용이 적게 나가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나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기업도 본인들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칠 것이고, 해외 논문 등을 보더라도 이 같은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표>국내 배달시장 주요 쟁점 - 자료: 업계 취합
<표>국내 배달시장 주요 쟁점 - 자료: 업계 취합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