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개인 초고액 이체 한도 푼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사진= 전자신문 DB]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사진= 전자신문 DB]

KB국민은행이 개인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초고액 이체 한도를 예외적으로 푼다. 부동산 잔금, 상속·증여, 고액 투자금 납입 등 개인 명의 대규모 자금 이동 수요를 반영한 조치다.

전자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B국민은행은 내달 9일부터 개인 인터넷·모바일뱅킹 고객의 초고액 이체 예외 승인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 심사를 거치면 개인 고객도 1회 10억원, 1일 50억원을 넘는 이체 한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시중은행권에서 개인 초고액 이체를 은행 심사와 내부통제 절차로 관리하는 체계를 공식화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개인 고객의 고액 금융거래가 늘어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거래, 상속·증여세 납부 등 개인 명의로 수십억원 이상을 이체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존 한도 체계에서는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거래를 여러 차례 나눠 처리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다만 한도 완화는 선별적 예외 허용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은 개인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 한도 금액 제한 예외가 필요하다고 은행이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1일 50억원, 1회 10억원 초과 지정을 허용한다. 개인 고객의 이체 한도를 일괄 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 이동 목적과 위험 수준을 따져 한도를 여는 구조다.

내부통제 장치도 함께 강화한다. 초고액 이체를 신청하는 고객은 한도 초과 설정이 필요한 명확한 사유를 은행에 설명해야 한다. 은행은 고객에게 한도 초과 설정에 따른 위험과 책임을 고지하고, 고객은 접근매체와 보안장치 관리 의무를 부담한다. 본인 확인과 사후 점검 절차도 병행된다.

KB국민은행은 초고액 이체가 범죄·불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로 본다. 가상자산 거래 등을 통한 범죄 및 불법거래 목적의 거래대금 이체 등이 대표적 관리 대상이다. 고액 이체 편의를 높이되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가상자산 연계 불법거래 가능성은 은행 심사와 사후 확인으로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거래 목적 증빙이 어려운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한도제한계좌 거래 한도를 높이는 등 금융거래 편의 개선을 추진해 왔다. 동시에 보이스피싱과 가상자산 연계 불법 자금 이동을 막기 위한 정보 공유와 금융회사 책임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개인 초고액 이체 예외 허용은 이 같은 두 흐름을 절충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상적인 고액 거래 수요는 디지털 채널 안으로 흡수하되, 고위험 거래는 은행 심사와 내부통제를 통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지 주목한다. 개인 고객의 고액 이체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처럼 은행 심사를 전제로 예외를 두는 방식이 고액 이체 편의와 리스크 관리를 함께 잡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