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계가 최근 대기업 노동조합의 영업이익 배분 요구를 두고 “성과급 제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하는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 뒤 유사 요구가 확산되면서 경영계가 본격적인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조합원들에게 배분하는 제도를 단체협약 등을 통해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최근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31일 발표했다.
경총은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고용,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되어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면서 “노동조합이 기업 이익의 선제적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를 배분하는 성격의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힐 것 △기업 이익의 배분 기준 제도화는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 △기업의 성과급 제도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과주의 원칙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 등 3가지 지침을 회원사에게 권고했다.
특히 경총은 영업이익 배분 성격의 금품은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총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경영실적 등에 따라 지급 여부 또는 지급 수준이 달라지는 성과 배분은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근로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임금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영업이익 배분 등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일종으로 간주해 노사 교섭에서 기업 이익에 대한 배분을 요구하는 경우 법과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성 권리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총의 기본 입장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삼되 현금이 아닌 자사주 지급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경총에서는 이러한 특수한 합의가 다른 기업의 영업이익 배분 요구로 확산될 경우 투자재원과 주주환원, 경영판단 영역까지 노사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단체교섭 대상성도 쟁점으로 제기했다. 경총은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한정된다면서 일반적인 기업 이익 배분은 임금이나 복지, 기타 대우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어지는 노조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응해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업 이익 배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는 목적상 위법한 쟁의행위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날 경총의 특별 권고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영업이익 배분 요구가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총은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근로자들을 위해 활용할 수도 있으나 그 활용 방안은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경영판단에 따라 결정·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