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전략은 디지털 가속화에 따른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 모색임과 동시에 미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하다. 2018년 본격적인 개발과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선전, 쑤저우, 청두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테스트를 진행했고, 2023년부터는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국경 간 결제 프로젝트인 m-Bridge를 추진하며,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이런 중국이 작년 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파격적 발표(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최초의 CBDC에 대한 이자 지급 허용'이 바로 그것. 지금까지는 'CBDC는 디지털 현금이고, 디지털 현금도 현금이니까, 이자는 없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발표 이후 올해 1월 초부터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위안화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시스템('디지털 위안화 2.0')을 전격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CBDC를 결제 수단뿐만 아니라 금융자산 역할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위안화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책 결정의 배경은 뭔가. 우선 디지털 위안화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필요성이 작용했다. 중국의 간편결제 시장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디지털 위안화가 국가 전략사업임에도 소비자로선 차별화된 이점을 체감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보유 자체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 사용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둘째, 통화정책 수단의 혁신이다. 중국은 현재 시중은행을 거치는 기존의 통화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자 지급형 CBDC는 중앙은행이 민간의 디지털 지갑에 직접 금리를 조절함으로써, 전통적인 금융중개 시스템을 우회하여 소비와 투자에 직접 효과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의 실험적 성격을 갖는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대응도 빼놓을 수 없다. 테더(USDT)와 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와 디지털 자산 거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자 지급형 CBDC가 그 전략 수단인 셈이다.
그럼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긍정적 효과로는 우선 디지털 위안화의 결제 규모 확대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연간 500조 위안(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90% 이상)을 웃돌지만, 디지털 위안화의 결제액(누적 기준)은 7조 위안 수준, 전체의 1%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디지털 위안화에 이자가 지급되면 중장기적으로 결제 비중이 두 자릿수까지도 확대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젊은 세대와 핀테크 업계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출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둘째, 통화정책의 효율성 제고다. 전통적인 금리 인하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늘려야 효과가 나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민간 자금 흐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기 침체기엔 디지털 위안화의 금리를 낮추거나 일시적인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고, 과열기에는 금리를 높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중개 기관 없이 정책 효과를 시장에 직접 꽂아 넣을 수 있단 얘기다.
국제결제 분야에서도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 현재 국제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SWIFT 기준 약 4%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mBridge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중동·동남아 국가들과 디지털 위안화 결제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이자 수익이 제공될 경우,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의 보유 유인이 높아져 무역 결제뿐 아니라 외환·자본 거래 영역에서도 활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달러 중심 국제통화체제와 최근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중국의 대응 전략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은행업계에선 예금이탈을 걱정한다. 예금에 준하는 이자가 지급될 경우, 가계와 기업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CBDC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금이 CBDC로 대거 이동하는 '디지털 뱅크런'이 우려된단 의견도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CBDC 보유 한도 설정, 차등 금리 체계 도입, 시중은행을 유통 창구로 활용하는 2계층 운영체계 등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나름 위험은 관리될 거란 의견이 대다수다.
그럼 이자 지급형 CBDC가 안착하면 중국 정부의 다음 행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정밀 타격형 통화정책과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가능성을 얘기한다. 예컨대 금융포용 대상 또는 중소기업, 국가 장려 업종엔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할 수 있고, 경기 침체가 심각하면, 디지털 위안화 지갑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소비를 늘리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중국의 이번 이자 지급형 CBDC 도입은 중앙은행이 국민의 디지털 지갑에 직접 이자를 지급한다는 지금껏 유례없는 디지털화폐 실험이다.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 통화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정책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시도이기도 하고, 동시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실험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CBDC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새로운 통화정책 인프라로 진화할 전망이다. 반대로 금융중개 기능 약화와 예금 유출 문제가 커진다면, CBDC 확산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