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6월 첫 거래일부터 8800선을 돌파하면서 '1만피'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가총액 2000조원을 넘어섰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다만 대형 반도체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로 수급이 쏠리면서 코스닥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2.23포인트(3.68%) 오른 8788.38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874.16까지 오르며 8800선을 돌파했다.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오전 11시 30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번째이며, 이 중 매수 사이드카는 11번째다.
이날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 양산 돌입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HBM4 탑재를 언급하면서 투자심리가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34만원대로 올라서며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단일 종목 시가총액 2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 2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 보통주 기준으로도 2000조원 고지를 밟았다.
수출 지표도 반도체 랠리에 힘을 보탰다. 5월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53.2% 증가한 87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도 42억8000만달러로 높아졌다. 반도체 수출이 169.4% 급증하면서 2분기 실적 기대감을 키웠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단기 테마를 넘어 코스피 전체 이익 전망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AI 협력 기대감은 다른 대형주로도 확산됐다. 젠슨 황 CEO의 방한을 앞두고 엔비디아와의 협업 기대가 커지면서 LG전자, NAVER, 삼성에스디에스, 두산, 두산로보틱스, 현대차 등 AI·로봇·피지컬 AI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거래대금 증가 기대에 증권주와 일부 지주사도 상승했다.
증권가 눈높이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반도체 이익 전망 상향을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잇달아 높여 잡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500에서 1만500으로 40%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현대차증권·교보증권·하나증권·LS증권·노무라증권 등도 연간 코스피 밴드 상단을 1만 이상으로 상향했다.
해외 투자은행도 코스피 1만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JP모건은 한국 증시를 아시아 최선호 시장으로 유지하면서 코스피 목표치를 기본 시나리오 9000, 강세장 시나리오 1만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도 강세 시나리오에서 코스피 1만선을 제시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수 상승분이 반도체 대형주와 AI 관련주에 집중된 만큼 AI 투자심리가 흔들리거나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외국인 차익실현, 레버리지 ETF 자금 유입, 금리와 환율 변동성도 변수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확대와 장기계약 증가로 반도체 이익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업종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어질 경우 코스피는 연말 9750포인트, 강세장에서는 1만2000포인트까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