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해조류 기반 하이드로겔 강도를 5배 이상 높이고 접착성과 분해 속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이해신 화학과 교수팀이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의 일종인 탄닌산을 활용해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9일 밝혔다.
하이드로겔은 콘택트렌즈, 여드름 패치, 마스크팩, 상처 치료용 드레싱 등에 사용되는 고수분 함량 젤 소재다. 연구팀은 다양한 하이드로겔 소재 가운데 '카파-카라기난'에 주목했다.
카파-카라기난은 젤리나 소스 점도를 높이고 형태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데, 황산기라는 구조가 많이 포함돼 분자 간 반발력을 만들어 촘촘한 구조 형성을 방해한다. 하이드로겔 강도·접착성을 높이거나 분해 속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황산기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천연 물질로 폴리페놀 일종인 탄닌산을 찾았다.

폴리페놀은 여러 물질과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특히 탄닌산은 여러 개 결합 부위(갈롤기)를 가져 카파-카라기난의 황산기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분자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연구팀은 이 특성이 하이드로겔 구조 강화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 결과 기존 하이드로겔 형성을 방해했던 황산기가 오히려 탄닌산과 결합하는 핵심 부위로 작용했다. 실제로 탄닌산을 첨가한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의 저장탄성률(젤 단단함·탄성 지표)은 약 1632Pa로, 순수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약 294Pa)보다 5배 이상 향상됐다.
또 연구팀은 탄닌산이 첨가되는 시점과 관계없이 이미 형성된 하이드로겔의 내부 그물망 구조(겔 네트워크)까지 안정적으로 강화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겔의 강도, 접착성, 분해 속도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제시한 이번 기술이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품, 화장품, 바이오소재 분야에서 보다 안전하고 단순한 방식의 천연 고분자 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과 양한열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체모사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미메틱스)'에 4월 21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