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넘어 규제 경쟁으로…농식품 통상, '비관세 대응' 시험대

경기도 의왕시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모습.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경기도 의왕시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모습.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농식품 통상 경쟁의 무게 중심이 시장 개방을 넘어 검역·표시제·안전 기준 등 규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식품 안전 기준을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가운데, 자국의 수입 식품 관리 체계는 한층 정교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식품 규제가 새로운 통상 변수로 떠오른 만큼 국내 농식품 정책도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대응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6년 미국 국별무역장벽 보고서(NTE), 한국 농업부문 통상 이슈와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NTE 보고서는 한국 농업 분야 문제 제기 범위를 저율관세할당(TRQ), 위생·식물위생(SPS), 유전자편집(GE) 표시제 등 제도 운영 영역까지 확대했다.

KREI는 “기존 쟁점을 유지하는 가운데 TRQ 운영, SPS 규제, GE 표시 등에서 문제 제기가 제도 운영 및 정책 수준으로 구체화됐다”고 분석했다. NTE 보고서가 단순 무역장벽 현황 기록을 넘어 향후 양자 협상 과정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쌀 TRQ 가격상한 산정 방식과 밥쌀용 쌀 경매 중단 등 운영 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대두 역시 전략작물직불제와 연계한 한국의 정책 변화가 미국산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 안전 분야에서는 생명공학 승인 절차와 잔류허용기준(MRL)이 쟁점이다. 미국은 한국의 심사 절차 지연과 국제식품규격(Codex) 기준 자동 수용 중단 등을 거론하며 과학 기반 기준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추진된 GE 표시제 확대도 수입 식품에 대한 추가 규제로 보고 있다.

한국의 규제 체계를 통상 현안으로 제기하는 미국도 자국 시장에서는 식품 안전 기준과 통관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FDA는 지난달 식품 내 농약 잔류물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2011년 이후 처음 개편하고 위험 기반 검사 체계를 강화했다. 기존 승인 물질도 최신 과학 정보를 토대로 재검증하는 식품 화학물질 사후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주요 첨가물 안전성 재평가 절차에 착수했다.

AI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FDA는 생성형 AI 'Elsa'를 도입하는 등 규제 업무 전반에 AI 활용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분석 확대로 라벨과 실제 제품 정보 간 차이 등 기존에 놓쳤던 오류까지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FDA 통관거부 건수는 지난해 3만2732건으로 전년 대비 60.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식품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단순 시장 개방 방어를 넘어 제도 운영과 통상 대응 논리를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농업 분야 비관세조치 개선과 시장 접근 확대를 요구하는 만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REI는 “미국의 관세 압박이 실질적인 농산물 추가 개방 요구나 비관세조치 철폐로 이어지지 않도록 종합적인 통상 리스크 대응 패키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잔류허용기준(MRL) 등 국내 기준이 소비자 안전을 위한 과학적 위험 평가에 근거하고 있음을 입증할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한·미 양자 채널을 통한 정보 공유 확대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