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월드비전 밥피어스아너클럽 200호 위촉… “소득 10% 반드시 후원 원칙”

월드비전 밥피어스아너클럽 200호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사진=지산그룹
월드비전 밥피어스아너클럽 200호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사진=지산그룹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이 월드비전 고액 후원자 모임인 '밥피어스아너클럽' 200호 회원으로 위촉됐다.

한 회장은 어린 시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기업을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소득의 10%를 반드시 후원한다는 원칙 아래 국내 최초 '1004클럽' 후원자로 참여하는 등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

이번 밥피어스아너클럽 200호 위촉을 계기로 한 회장의 나눔의 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지속적인 후원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월드비전 밥피어스아너클럽 200번째 이정표 소감은?

밥피어스 아너클럽의 200번째 회원이 됐다는 것은 제게 큰 행복이자 감사한 일이다. 대단한 일을 했다기보다, 뜻깊은 길에 동행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

200호라는 숫자는 단순한 순번이 아닙니다. 그동안 수많은 후원자가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보태어 쌓아 올린 역사적인 이정표다. 선배 후원자들의 흐름을 잇게 되어 책임감도 무겁게 느낀다. 나눔은 한 번의 일회성 행사나 이름을 올리는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나눔이 실제로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데 쓰여야 한다. 아이들이 병들지 않고, 배움을 포기하지 않으며,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이번 위촉이 저 개인의 명예를 넘어, 더 많은 분이 나눔에 관심을 갖고 함께 걸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실질적으로 현장의 삶을 바꾸는 나눔이 되도록 꾸준히 관심을 두고 동행하겠다.

Q 유년 시절, 어려웠던 만큼 '사회 환원'을 중요시 한다는데

나는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특히 열네 살 때 수인성 장티푸스를 크게 앓으며 두 달간 사투를 벌였고, 그 후유증으로 청력마저 나빠졌다. 성인이 된 후 청소나 경비 등 정상적인 직업을 갖는 것조차 소리를 잘 듣지 못해 어려웠고 경제적으로 매우 막막했다.

하지만 그때 저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보자”고 결심했다. 돌부리에 걸렸을 때 넘어지거나 치우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주어진 장애 때문에 오히려 그 돌을 밟고 올라서야 했다. 불편함이 있었기에 더 절실했고 치열하게 살았다. 남들이 보기엔 악조건이었지만, 이를 딛고 추월차선으로 달려 남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고자 노력한 끝에 오늘의 지산그룹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기에 기업의 성장을 회사만의 성공으로 보지 않는다.

내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듯, 누군가에게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필요하다. 기업은 고객, 직원, 지역사회가 있기에 존재하고 성장한다. 따라서 성장의 일부를 사회로 다시 흘려보내는 것은 선택이 아닌 기업의 당연한 책임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받은 것을 기억하고, 지나온 고통을 잊지 않으며, 할 수 있는 만큼 다시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지산그룹이 지켜갈 경영 철학이다.

Q 국내 최초로 '1004클럽'의 결단을 한 배경은?

기억조차 희미한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어른들을 돌보며, 소득의 10%는 반드시 후원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자녀들에게도 이러한 나눔의 철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가르쳤는데, 감사하게도 아이들 역시 각자의 소득으로 소소하게나마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온 가족이 같은 마음으로 걸어온 덕분에, 지금은 '기부 명문가'라는 과분한 이름도 얻게 되었다.

'1004클럽'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마음이 참 좋았다. '1004(천사)' 같은 손길이 간절한 이들이 세상에는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난과 질병, 교육의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물 한 모금, 안전한 화장실, 지속적인 교육 환경이 인생을 바꾸는 시작이 된다. 후원금을 '1억 40만 원'으로 정한 이유도 액수 자체보다 '1004'라는 숫자 속 천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적십자나 사랑의열매 등 여러 단체를 통해 나눔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월드비전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에 후원을 하나로 모아 방글라데시 다카 지역의 식수위생사업에 기부하기로 뜻을 정했다.

돈은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작게 느껴질지라도, 정말 어려운 이들에게는 삶을 바꾸는 큰 힘이 된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곳에 쓰인다면 그 의미는 훨씬 커진다. '1004클럽 1호'는 저 혼자 빛나기 위함이 아니다. 누군가 먼저 문을 열어야 다음 사람이 들어올 수 있기에 마중물이 되고자 한 것이다. 앞으로 천사의 마음이 계속 이어지길 소망한다.

Q 함께 하는 아너들과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눔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다. 나 역시 처음부터 넉넉해서 나눈 것이 아니라, 어려움과 장애의 시간을 지나왔기에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지나온 고통을 기억하기 때문에 나누는 것은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 내가 겪은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여기까지 왔듯, 이제는 그 디딤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놓아주고 싶다.

밥피어스 아너클럽 200호가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월드비전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조금 더 일찍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늦게 알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그만큼 앞으로 월드비전과 함께 더 다양한 활동과 깊이 있는 후원을 이어가며 선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싶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더 넓은 시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다면 그곳으로 마음을 보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나눔은 가진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더 가치 있게 쓰는 일이며,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자 기회다. 지산그룹의 성장과 함께 더 낮은 곳을 살피고 필요한 곳에 쓰이는 나눔을 계속 이어가겠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