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업계가 하반기 굵직한 규제 현안을 잇달아 마주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법인시장 개방을 둘러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의무, 가상자산 과세 시행 준비도 예정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최대 관심사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여부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시장은 발행·유통 단계까지 규율하는 2단계 입법을 기다리고 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2025년 하반기 정부안을 마련해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등을 둘러싼 관계기관 간 이견으로 일정이 지금까지 밀렸다.
핵심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중심으로 허용할지 핀테크와 가상자산사업자까지 참여시킬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놓고도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는 금융당국과 투자 유치·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업계가 맞서고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확대 역시 2단계 입법과 맞물려 있다.
법안 마련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원내대표 임기 종료와 함께 활동을 마쳤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 체제에서 TF를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논의기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도 하반기 주요 현안이다. 현행법상 2027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 가운데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거래소도 투자자의 취득·양도가액과 거래내역을 과세 자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면서 과세 체계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간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확인하고, 거래소별 거래자료를 일관된 기준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남은 과제다.
거래소가 당장 준비해야 할 또 다른 현안은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체계 구축이다.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오는 10월 시행되면 피해구제 대상이 기존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확대된다. 거래소도 거래 목적을 확인하고 의심 자금의 유통 여부를 상시 감시해야 한다. 범죄가 의심되면 해당 계정을 지급정지하고 피해자산 환급 절차를 지원해야 한다.
피해자가 원하면 거래소가 환급 대상 가상자산을 매도해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거래소는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인공지능 플랫폼인 'ASAP'에도 의심거래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거래소들은 법 시행에 앞서 수사기관과 공조 체계 구축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4일 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 등 5대 가상자산사업자와 피싱범죄 피해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면 거래소가 이를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반영해 범죄 의심 계정과 거래를 찾아내는 구조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진행한 시범 운영에서는 거래소 계정 4215개를 차단하고 약 9억5000만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업계 가장 큰 현안”이라며 “과세 문제 역시도 큰 논쟁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