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전자동의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시행되면서 전자 방식 동의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데 따른 것이다. 전자동의서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시행령이 정한 전자서명법 제8조 제1항의 전자서명인증사업자를 통한 본인확인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정법 제36조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방식을 '서면동의서' 또는 '전자서명동의서' 두 가지로 규정한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전자 방식 동의는 단순한 '전자 문서'가 아니라 '전자서명'이 전제된 동의서를 의미한다. 법은 전자서명동의서를 위조하거나(제135조) 매도·매수한 경우(제136조)에 대해 각각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어, 서면동의서와 동일한 법적 무게를 부여하고 있다.
전자서명동의서가 갖춰야 할 구체적 요건은 도정법 시행령 제34조(2025년 5월 27일 신설, 12월 4일 시행)에 담겼다.
같은 조 제4항은 전자서명동의서의 확인(검인)을 받으려는 자가 시장·군수등에게 △전자서명동의서의 보관 및 위조·변조 방지에 관한 사항 △적법한 방법으로 작성된 사실 등을 신청해 확인받도록 했다.
제5항은 이 요건이 모두 확인된 전자서명동의서에 대해 시장·군수등이 연번을 부여하도록 규정한다. 검인과 연번 부여를 거쳐야 비로소 동의서로서의 절차가 완성되는 구조다. 이 조항은 전자동의서의 본인확인 기준을 전자투표·온라인총회보다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같은날 시행된 온라인총회의 경우 시행령 제41조의3 제2항은 본인확인 방식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3에 따른 본인확인기관이 제공하는 방법과 △전자서명법 제8조제1항에 따른 전자서명인증사업자가 제공하는 방법 중 어느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전자투표 역시 정관에서 정하는 본인확인 방식을 적용한다. 이 경우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기반 본인확인 등도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전자동의서는 시행령 제34조 제6항에 따라 전자서명법상 전자서명인증사업자가 제공하는 본인확인 방법만을 인정한다.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기관 방식은 허용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카카오·네이버·은행 등 인증서 기반 전자서명 수단으로 본인확인 경로를 좁힌 것이다. 동의서는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등 사업의 법적 효력과 직결되는 문서인 만큼, 의결 절차인 전자투표·온라인총회보다 높은 수준의 본인확인을 적용해 동의서 작성을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고 토지등소유자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요건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동의서의 효력과 직결된다. 인증서 기반 본인확인은 '누가 동의했는지'를 둘러싼 다툼 자체를 줄여준다. 대리 제출이나 명의 도용 시비를 차단하고, 전자서명의 시점과 내용이 위·변조 없이 기록돼 사후에 동의 효력이 문제가 되더라도 입증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행령이 정한 본인확인·위변조 방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검인 단계에서 보완을 요구받거나, 향후 동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사업시행 등 단계마다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가 요구되고, 그 효력이 인허가의 전제가 되는 만큼 동의 절차의 하자는 사업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전자동의 시스템을 도입할 때 △전자서명법 인정 사업자 기반의 본인확인 적용 여부 △위·변조 방지 및 보관 체계 △지자체 검인 기준 충족 여부 등을 먼저 따지고 있다. 법령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시장도 요건을 충족한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