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지난 2월 양산 이후 130여일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돌파했다. 연내 매출 100억달러 달성도 기대된다.
이에 맞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HBM 생산기지인 충남 천안사업장을 직접 찾아 생산·품질 경쟁력을 점검하면서 사업 확대에 힘을 실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4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이 같은 실적을 기록했다. 추세를 고려할 때 6월 말 누적 매출은 12억달러, 연말 기준으로는 100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AI 반도체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돕는 메모리다. 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가 자체 AI 칩에 채택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엔비디아 '블랙웰' '루빈' 수요 폭발로 시장 규모가 수십배 커졌다. 4세대 제품인 HBM3의 공급가는 2022년 양산 시점 대비 현재 수배 이상 올랐다.
6세대에 해당하는 HBM4는 지난 2월 19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메모리의 베이스 다이에 4나노 선단 공정을 적용하는 과감한 선택을 통해 성능과 양산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삼성전자 HBM4는 업계 표준보다 약 46%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11.7Gbps)를 확보, AI 모델 성능이 강화될수록 심해지는 '데이터 병목'을 해소해준다. 데이터 전송능력은 전작 대비 2.7배 높였고 전력효율은 40% 개선했다. 데이터센터 입장에서 전력과 냉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성능과 운영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그래픽카드(GPU) 기업과 주문형반도체(ASIC) 기반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로부터 HBM 공급 협력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고객 기반 확대에 힘입어 올해 삼성전자의 HBM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HBM4에 이어 다음 세대인 HBM4E·HBM5에서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HBM4E와 HBM5부터는 단순D램 적층 기술보다 로직베이스다이 설계 역량과 공정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부문을 모두 보유했다. 각 분야 시너지를 통해 고객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날 이 회장이 천안사업장을 방문, 생산 현장을 직접 점검한 것도 이 같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HBM 시장 성장세는 'AI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당분간 탄탄할 전망이다. 글로벌투자은행(BofA)은 올해 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성장한 546억달러로 예상했다. 세계반도체무역기구(WSTS)는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9750억달러로 1조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범용 GPU 중심에서 자체 ASIC로 HBM 수요 패턴이 다각화되는 것도 삼성전자에 기회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ASIC 기반 AI 칩향 HBM 수요가 82% 급증,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