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본격 심의에 착수했다. 국내외 게임사와 '최혜대우(MFN)' 계약을 체결해 경쟁 앱마켓 진출을 막고 시장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해서다. 관련 매출액은 약 14조원으로 최종 위법 판단 시 최대 849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는 1일 구글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전원회의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심사관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심사는 심사관 의견으로 최종 판단은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9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6년 9개월 동안 국내외 게임사 22곳(국내 5곳·해외 17곳)과 'GVP(Games Velocity Program·일명 프로젝트 허그)'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등이다.
문제가 된 것은 계약의 핵심 조건이다. 구글은 게임사에 클라우드·유튜브·광고 서비스 이용 비용 등을 지원하는 대신 게임 출시 시기와 콘텐츠 품질, 이용자 혜택 등을 플레이스토어에 경쟁 앱마켓보다 먼저 제공하거나 최소한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의 플레이스토어 매출이 늘어날수록 지원금도 커지는 누진 구조를 적용해 경쟁 앱마켓 진출 유인을 더욱 낮췄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심사관은 이 같은 계약이 원스토어 등 경쟁 앱마켓의 사업 활동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일부 게임사의 자체 앱마켓 진출 가능성까지 봉쇄했다고 봤다. 사실상 구글과의 독점 거래를 강제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의 관련 매출액을 92억1777만달러(약 14조1600억원)로 산정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법정 상한은 약 8496억원이다.
이번 사건은 2023년 구글의 '원스토어 배제' 사건과는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당시에는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지원을 제공했다면 이번에는 경쟁 앱마켓보다 플레이스토어를 우대하는 최혜대우 계약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 차이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구글의 과거 법 위반 전력도 반영해 과징금 가중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종 과징금 규모와 가중 여부는 전원회의에서 확정된다. 구글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안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증거 열람·복사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피심인의 의견 제출과 증거 열람 등 방어권 보장 절차를 거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앱마켓 시장의 실질적인 경쟁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