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어른 무릎을 조금 넘는 키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초록색 인조잔디 위를 종종걸음으로 누볐다. 빨간색 조끼를 입은 로봇이 공을 향해 다가서자 맞은편 파란색 조끼 로봇도 자세를 잡았다. 비틀거리듯 균형을 잡던 로봇이 축구공을 밀어 골대 안으로 보내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로봇 경진대회인 '로보컵 2026 인천'이 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했다. 대회는 오는 6일까지 열린다.
로보컵은 1997년 로봇 축구대회에서 출발해 재난구조, 가정서비스, 산업자동화, 청소년 교육 분야로 확장한 국제 AI·로봇 연구 경진 플랫폼이다. '2050년까지 완전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 축구팀이 인간 월드컵 우승팀을 이기는 것'이 장기 목표다.
이번 대회는 세계로보컵연맹, 인천광역시, 한국AI로봇산업협회가 주최하고 한국AI로봇산업협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인천테크노파크가 주관, 산업통상부가 후원한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 45개국에서 364개팀, 2879명의 선수단이 참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브라질 살바도르 대회보다 1.9배 확대된 역대 최대 규모다. 대회 기간 약 1만5000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인천 송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는 성인·대학원생 중심의 메이저 대회와 청소년 대상 주니어 대회로 나뉘어 운영된다. 로봇축구, 가정서비스, 산업자동화, 재난구조, 청소년 등 5개 분야 10개 리그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지난해 로보컵 가정서비스 부문에서 우승한 부산대 로봇팀 '타이디보이'도 참가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개막 첫날 현장에서는 로봇 종류와 크기별로 로봇 축구 경기가 진행됐다.
스몰 사이즈 리그에서는 작고 빠른 바퀴형 로봇들이 경기장을 누볐다. 경기장 위 물체는 중앙 비전 시스템이 카메라로 추적하고 실시간 분석한다. 각 팀의 외부 컴퓨터는 전략과 제어 명령을 계산해 로봇에 무선으로 전달한다. 팀 간 다중 로봇 협동, 빠른 의사결정, 경로 계획, 공 제어 기술을 겨루는 방식이다. 빠른 경기 진행과 정교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가장 많은 관심이 몰린 종목은 휴머노이드 축구였다. 사람 형태의 로봇이 스스로 걷고 균형을 잡으며 공을 차는 리그다. 로봇은 온보드 인식, 보행, 위치 추정, 팀 전술 수행 등 기술을 종합 구현해야 한다. 일부 로봇은 다소 서툰 보행을 보였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공을 향해 이동하고, 상대 로봇을 견제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완전 자율 방식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본선부터 치열한 경기가 이어지고, 결승을 앞둔 4일께에는 보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는 유치원 교사의 손을 잡고 대회장을 찾은 유치원생부터 학생, 가족 단위 관람객, 고령 관람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몰렸다. 관람객들은 로봇의 움직임과 경기 장면을 지켜보며 AI·로봇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전 세계에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글로벌 로봇도시 인천의 위상을 알리고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