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가 담긴 한정판 여권이 발급되면서 현지 신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무부 워싱턴 여권국은 이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이른바 '애국자 여권(patriot passport)'을 선착순 무료 발급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이 기획한 이 여권은 약 4만부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한정 수량으로 발급된다. 여권 내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흑백 초상화와 서명, 독립선언문 문구가 들어가며 뒷면에는 건국 선조들의 모습이 담겼다.

기념 여권 발급 첫날인 이날 워싱턴 여권국 앞은 새벽부터 이를 받으려는 지지자들과 일반 여권 신청자들로 붐볐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온 이라크 이민자 출신의 사미 알다우드(37) 씨는 “새 여권을 들고 오늘 밤 영국으로 출국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망명 승인과 시민권을 받아 매우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디에이고에서 온 블레이크 마넬(61) 씨 역시 새 여권을 받자마자 환호하며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반면, 단순 갱신을 위해 방문했다가 뜻밖에 '트럼프 여권'을 받게 된 신청자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제이든 아판테(19) 씨는 “이민자를 배려하지 않는 인물이 여권에 들어가선 안 된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이튿날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잭슨 바셀리스(21) 씨도 “해외에서 이 여권 때문에 선입견을 품고 나를 바라볼까 봐 우려된다”며 일정상 어쩔 수 없이 발급받았다고 토로했다.
국무부 측은 워싱턴 여권국에서 표준 규격의 여권을 신청할 경우 해당 한정판 여권이 기본으로 발급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여권을 원치 않는 신청자는 추가 페이지가 포함된 여권을 별도로 요청해야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이 같은 선택지를 안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 미 전역 및 해외 공관에서는 기존과 동일한 일반 미국 여권이 발급된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여권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외에도 두 번째 임기 동안 케네디 센터, 미 평화 연구소, 해군 신형 함정, 250달러 지폐 디자인 등에 자신의 이름과 초상 새기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