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군함 설계·생산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 조선 협력이 구체적인 실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연합뉴스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해군은 국내 조선사들에 각각 전투함과 군수지원함(급유함) 관련 정보요청서(RFI·Request for Information)를 발송했다.
RFI는 미국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라 사업 추진 전 시장 상황과 기술 수준, 공급 능력, 가격 및 납기 등을 조사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전 검토 절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한미 조선 협력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미국이 한국 조선사의 군함 건조 역량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전투함 분야의 설계 기술과 생산 경험 등을 담은 자료를 미국 국방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 군수지원함과 관련한 요청에는 삼성중공업까지 포함해 국내 3개 업체가 답변서를 전달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조선소의 건조 실적과 기술 인력, 설계 경쟁력, 연간 생산 능력 등 전반적인 역량을 정리해 미국 측에 제공했다”고 전했다.
국내 업체들의 미국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군함 건조 자격 확보를 추진 중이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도 각각 미국 조선업체인 헌팅턴 잉걸스와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직접 언급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군함 10척을 신속히 건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앞서 양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분야 협력에 투입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다만 현실적인 걸림돌도 있다. 현행 미국 법률은 군함을 자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동맹국 조선소에서도 비전투용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제도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어떻게 조정할지 검토하는 동시에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한 사전 조사 차원에서 협력 가능한 기업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