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독립 후엔 부모도? 美 이혼 10건 중 4건 '황혼이혼'…50세 이후 갈라서는 이유

자녀가 모두 독립한 뒤에도 배우자와 노년을 함께하기보다 각자의 길을 택하는 미국의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자녀가 모두 독립한 뒤에도 배우자와 노년을 함께하기보다 각자의 길을 택하는 미국의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자녀가 모두 독립한 뒤에도 배우자와 노년을 함께하기보다 각자의 길을 택하는 미국의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레이 디보스(Gray Divorce)'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미국 사회의 새로운 가족문화 변화로 주목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50세 이후 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조명하며 한때 결혼생활의 실패로 인식되던 이혼이 이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50세 이상 부부의 이혼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뤄지는 전체 이혼 가운데 약 40%는 50세 이상 부부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가세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혼 사건을 전문으로 맡고 있는 변호사 니콜 소도마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기반이 강화되면서 결혼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한층 유연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부정적 낙인도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레이 디보스는 충동적으로 결정되는 사례보다 오랜 기간 누적된 갈등과 고민 끝에 내리는 선택인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베벌리힐스에서 활동하는 임상심리학자 나바브 타지바르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결혼을 반드시 평생 유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약해지면서 별거나 이혼을 선택하는 데 따르는 죄책감과 수치심 역시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점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은퇴 이후에도 수십 년의 삶이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의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다시 고민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과거에는 자녀와 가족을 위해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행복과 삶의 질을 우선시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사회에서 황혼이혼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