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 운용사 아크앤파트너스가 자사의 고유한 성장 전략인 '그로쓰 바이아웃' 전략의 적용 대상을 제조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리멤버, 숨고, 팀스파르타 등 IT·플랫폼 기업에서 검증된 이 전략이 제조업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확신에서다.
15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크앤파트너스가 인수한 화장품 용기 제조·유통기업 창신은 지난 상반기에 전년 대비 매출이 30% 이상 성장하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988년에 설립된 창신은 국내외 주요 화장품 브랜드와 인디 브랜드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750억원의 매출과 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업력 약 40년의 창신이 다시금 고속 성장 궤도에 들어선 요인으로 아크앤파트너스의 차별화된 성장 전략인 그로쓰 바이아웃 전략을 꼽고 있다.
아크앤파트너스가 추구하는 그로쓰 바이아웃 전략은 '투자 공백지대'에 놓여있는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주된 투자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인 벤처캐피털(VC)이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지만, 기존 대형 사모펀드(PE)들이 경영권을 인수하기에는 예상되는 이익이 작아, 양쪽 모두로부터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다.
이 같은 규모의 기업들 중에서도 디지털 전환이나 인구구조 변화의 수혜를 받는 유망 성장 기업들이 아크앤파트너스의 주된 타깃이다. 이들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자사 밸류크리에이션그룹(VCG) 소속 경영진과 전문가들을 직접 포트폴리오 기업에 투입해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실행해 왔다.
HR·비즈니스 솔루션 리멤버(2021년), 생활 서비스 플랫폼 숨고(2024년), AI 업스케일 스타트업 팀스파르타(2025년) 등이 그로쓰 바이아웃 전략이 접목된 포트폴리오 기업들이다.
특히 2021년에 지분 47%를 1100억원에 인수했던 리멤버는 인수 3년 만에 매출을 12배 증가시켰고,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에게 전체 54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IRR(내부수익률) 기준 연 20% 이상의 수익률을 통해 그로쓰 바이아웃 전략에 대한 검증을 마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아크앤파트너스에서는 지난해 말 창신 인수를 계기로 그로쓰 바이아웃 전략의 적용 대상을 전통 강소 제조기업으로까지 본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김성민 아크앤파트너스 대표는 “창신은 K-뷰티에 대한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의 한가운데 있었고, 아크는 그 밸류체인의 가치를 일찍 알아봤다”며 “리멤버를 통해 플랫폼 기업을 키우는 방법을 배웠다면, 창신에서는 제조업에서도 같은 방정식이 통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크앤파트너스가 제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한국 중견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막대한 글로벌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 제품과 전력 인프라 제품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K-방산 무기 체계의 수출 확대는 이 안에 들어가는 정밀 부품 제조기업들의 수주고를 채우고 있다. 조선과 원전 등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 전반에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아크앤파트너스 경영진의 판단이다.
테크·플랫폼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와 더불어 중견·강소 제조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2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중소·중견기업 스케일업 M&A(인수합병) 투자에 특화된 한국성장금융의 'IBK 성장 M&A펀드(3차)'의 운용사로 선정되며 400억원의 출자금을 이미 확보했다.
여기에 국내외 주요 LP(출자자)들의 출자금까지 더해 40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다. 펀드가 결성되면 주로 기업가치 2000억원 이하 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테크·플랫폼 기업 중심이었던 기존 투자 전략을 강소 제조기업으로까지 확장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2호 펀드 역시 그로쓰 바이아웃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1호 펀드의 연장선에 있다”며 “경영권을 인수해 함께 키운다는 그로쓰 바이아웃의 본질은 투자 기업이 플랫폼·테크 기업에서 강소 제조기업으로 확장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