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월가 인프라 온체인화…韓은 부동산·특허 STO부터

美는 월가 인프라 온체인화…韓은 부동산·특허 STO부터

미국이 기존 주식·채권과 같은 '정형증권'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하기 위한 제도와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시장이 형성된 전통 증권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부동산·IP·음원·예술품 등 비정형 자산의 증권화부터 시작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달 '2026년 규제 어젠다'를 발표하고 토큰화 증권의 발행과 보관, 거래를 미국 제도권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SEC는 증권사가 고객의 토큰화 증권을 어떻게 보관할지, 거래소와 대체거래시스템(ATS)이 어떤 방식으로 거래를 중개할지 등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주식 소유자와 주주명부를 관리하는 명의개서기관이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폴 앳킨스 SEC 의장은 토큰화 증권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의 발행·수탁·거래 기준을 명확히 해 관련 상품과 사업이 미국 시장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증권이 블록체인에서 발행되더라도 기존 증권과 동일하게 투자자 보호 원칙을 적용하되, 온체인 환경에 맞게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제도 변화는 이미 일부 현실화했다. SEC는 지난 3월 나스닥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존 형태와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대상은 우선 러셀1000 구성 종목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토큰화 증권도 기존 증권과 같은 종목으로 거래되며, 결제는 DTCC 산하 예탁기관인 DTC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다. 실제 거래는 DTC의 토큰화 결제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가능하다.

DTCC는 지난 5월 DTC가 보관하는 주식·ETF·미국 국채 등을 토큰화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50개 이상의 금융회사가 관련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7월 중 베타 서비스를 거쳐 오는 10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토큰화 주식의 구조는 아직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실제 주식을 외부에 보관하고 별도 토큰을 발행하는 '래퍼형', 기존 주식 권리를 블록체인 기록과 연결하는 '권리연계형', 기업이 주식을 처음부터 블록체인에서 발행하는 '직접발행형'으로 구분한다.

현재 시장의 70% 이상은 상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래퍼형이 차지한다. 래퍼형은 토큰 보유자가 실제 주주인지, 기초주식에 대한 청구권만 갖는지 상품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은 기존 주주권과 투자자 보호를 유지하면서 블록체인 거래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토큰화 증권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금융시장 효율화와 디지털 금융산업 주도권 확보가 함께 있다.

현재 증권 거래는 매매가 체결된 뒤 증권사와 예탁결제기관 등이 각자의 장부를 확인하고 주식과 대금을 이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증권과 결제수단을 블록체인에서 함께 이동시키면 거래와 결제 사이의 시간을 줄이고, 결제가 이뤄지지 않을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산업정책적 목적도 있다. 앳킨스 의장은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이 미국 밖에서 성장해 왔다고 보고, 명확한 제도를 통해 관련 기업과 상품을 미국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한국은 내년 2월 4일 토큰증권 제도화법 시행을 앞두고 세부 제도 설계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논의는 비정형적인 권리를 토큰증권으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조각투자 위주로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형성된 대규모 주식·채권시장의 거래와 결제, 담보 인프라를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한국은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증권화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